지난 일요일, 드디어 독일에서 첫 출전하는 검도 대회에 다녀왔다. 나는 급 리그에 출전해서 개인전 우승, 단체전은 3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이라고 했던가. 단과 급이 나눠서 경기를 한 덕에 운좋게 우승할 수 있었다. 단별 대회에서 개인전은 독일 국가대표인 Fellbach의 Ohashi 선수가 우승, 단체전 역시 Fellbach가 차지했다. 우리팀 국가대표인 Fabian과 4단 크리스티안은 개인적인 이유로 참가하지 못해 반쪽짜리 팀으로 단체전에 출전한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단체전 3위라는 타이틀에 만족한다!
개인전은 총 6경기를 뛰었는데 경기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에 부쳤고, 득점인정이 한국과는 약간 다르게 느껴졌다. 경기영상은 유럽에서 검도하는 한국인들의 공유 유튜브 채널 링크를 통해 가져왔다. 독일의 한국인 검도 커뮤니티를 만들어주시고, 대회에도 참가하셔서 다시 나에게 검도에 대한 열정을 지펴주신 종인님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개인전 1회전>
왼쪽 백띠로 출전했고, 줄서서 죽도 검사 받느라 몸풀 시간없이 대충 스트레칭만하고 바로 경기에 나섰다. 긴장도 조금 됐고, 첫 경기는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애매한 거리(일족일도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무조건 타격했는데 득점으로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 숨이 차오르고 왜 점수를 안주는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아서 살짝 멘붕이 왔다. 한국에서는 애매한 거리에서의 타격은 깃발을 잘 들어주는데 조금 다름을 느꼈다. 그 때부터 보이는대로 때린다고 점수를 주는게 아니고 뭔가 만들어서 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전 2회전>
1회전에 이어 왼쪽 백띠를 달고 출전했다. 딱봐도 나보다 큰 피지컬의 상대였다. 준거(시작전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할 때 살짝 삐걱대다가 경기 시작. 시작 직후 상대 칼을 느끼기도 전에 손목이 날라와서 빼어 머리를 쳐서 득점을 얻었다. 지금보니 조금 더 빨리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리 득점이후 상대가 살짝 주눅들었을 것이라 생각했고, 다시 제자리에서 칼을 맞췄다. 두판째 시작. 이런 상대에게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경기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생각할 필요없이 머리 페이크 손목을 노렸는데 심판 한명만 득점 인정을 해주어서 득점으로 인정이 안됐다. 그 후 머리 들어오는 걸 보고 받아서 허리를 쳤다. 타이밍은 맞았지만 상대키가 큰 탓에 격자부위에 제대로 안맞았다. 당연히 득점으로 인정이 안됐을거라고 생각해서 다음 공격을 준비중이었는데, 읭? 깃발이 다 올라가있었다. 이렇게 2회전 끝.
<개인전 3회전>
홍띠 출전. 3회전은 상대가 여성이었다. 여자부 경기가 따로있던 걸로 알고있었는데 급리그에도 출전이 가능했던 것 같다. 상대를 보자마자 이길 수 있겠다는 약간의 자만이었을까 어깨에 힘이 많이들어갔다. 결정적인 순간에 허공에 두번이나 칼을 휘두르며 칼춤을 추기 시작.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 하나 만들어치자 생각하면서 다시 임했던 것 같다. 죽도를 누르니 상대가 중심을 안뺐기려고 다시 올리는 게 느껴졌다. 다시 누르고 손목을 쳤다. 이어지는 두번째판. 그냥 생각없이 머리를 쳤고, 득점으로 인정이 됐다. 3회전까지는 비교적 쉽게 올라갔던 것 같다.
<개인전 4회전>
백띠 출전. 4회전은 상대는 시합전 죽도 검사를 받을 때 같이 이야기했던 친구였다. 경기 진행방식을 이해못해서 결승까지 몇 경기가 남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시합에 임했다. 3회전까지는 쉽게 쉽게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4회전부터는 좀 더 신중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경기 시작. 역시나 상대칼을 알기전부터 날아오는 머리치기였는데... 머리치기가 아주 빠르지 않은 이상 쉽게 받아허리로 대응할 수 있었다.
득점. 두판째 시작. 보이는대로 막하지 말자며 속으로 되뇌였다. 생각이 많아지니 애매한 거리에서 머뭇거렸고, 머리를 내어줄 뻔 했다. 상대가 치고 나갔으면 아마 1점 뺐기지 않았을까 싶다. 1점 앞서 있으니 천천히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거리를 좁혔다. 상대 반응을 보려고 다가가니 무조건 치고 들어온다. 다시 거리를 재고, 죽도를 아래로 움직이니 상대 죽도가 들썩인다. 오케이. 다시 아래손목을 치는 척 하며 머리를 노렸다. 다행히 깨끗하게 들어갔다. 준결승 진출...
<개인전 준결승>
백띠 출전. 상대와 칼을 맞추니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다. 다음이 결승이기에 둘 다 결승에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경기는 초반부터 난타전이었다. 거리만 맞으면 상대가 무조건 들어오니까 어찌해야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코등이 싸움(가까이붙어서 하는 힘겨루기)에서도 힘이 느껴졌다. 상대 키가 큰 탓이었는지 머리치기가 머뭇거려졌다. 그러면 안되는데... ㅜㅜ 이렇게 시합이 난타전이 되면 감정이 올라온다. 아니나 다를까 어설픈 찌름이 날라와 왼쪽 가슴에 꽂힌다. 이런 찌름 진짜 싫어하는데... 기분이 나빴지만 누르려고 노력했다. 찌름이후에 퇴격머리를 쳤는데 타격이 약하다. 깃발이 안올라간다. 점점 체력은 딸려오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계속 생각했다. 상대도 나도 지친 순간, 지금 머리를 치면 닿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바로 치고 나가서 일단 1점을 땄다. 숨은 꼴딱꼴딱. 경기가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은 바닥났고, 자세는 흐트러지고 있었다. 막판에 상대 죽도를 열고 손목을 쳤는데 다행히 득점으로 인정이 됐다. 타격이 약했던 것 같은데 다행이었다.
<개인전 결승>
홍띠 출전. 이 친구의 경기는 경기 중간 중간 다행히 봐둘 수 있었다. 스피드가 빠르고, 머리치기가 특기인 친구였다. 단급에서는 통하지 않겠지만 급 수준에서는 스피드만으로도 충분히 통하는 머리치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나의 바닥난 체력. 젊고 빠른 젊은 상대를 이길 방법은 일단 한점 따놓고 점수를 주지 않는 경기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십중팔구 경기 시작하면 머리가 날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무조건 날아오는 머리에 손목을 들어간다고 계획했다. 다행히 전략이 먹혔고, 시작하자마자 한점을 땄다
이후엔 체력안배를 하며 어설픈 득점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결승전에서 더 시원하게 경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발이 도저히 안떨어지더라ㅜㅜ 나이들었나보다. 경기는 1:0으로 이겼고, 상대는 아쉬움에 바로 칼을 맞추지 못했다. 경기 후 이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열정이 정말 대단한 친구였다. 이 친구의 기술이 무르익은 후에 다시 붙으면 아마도 지지 않을까싶다.
개인전 경기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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