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아이라면 좋아하는 운동하나쯤은 있어야지 싶은 생각에 와이프와 함께 아들에게 어떤 운동이 맞을지 참 고민을 많이했더랬다. 우리 첫째 신우는 평발에, 덩치도 크고 좀 굼뜬데다가 운동신경도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게 와이프와 나의 생각이었다. 원래 하던 태권도도 스포츠라기 보다 독일에서는 거의 수련에 가까운 운동이라 아이의 흥미가 1년이 지나니 뚝 하고 떨어졌다. 품세외우고, 발차기 반복이니 재미가 없을 수 밖에...
그래서 생각한 게 농구와 골프였다. 신우는 다른 또래보다 키도 크고 힘도 쎄서 운동신경이 조금 딸려도 농구에서 피지컬로 자기몫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골프는 우리 가족이 캠핑갈 때 마다 미니 골프를 쳐서 그런지 왕왕 골프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아빠는 골프가 왜 재밌는지 정말 모르겠지만) 둘 다 시킬 수는 없고, 일단 농구와 골프를 둘다 경험해보자라는 생각에 두 Verein에 프로베트레이닝을 신청했다.
먼저 농구.
슈투트가르트 시내에서 적당히 갈만한 Verein 3군데에 모두 메일을 보냈는데 묵묵부답. 전화하고, 다시 이메일 쓰고... 독일이 그렇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가장 가까운 거리의 농구 Verein에서 프로베트레이닝을 하러오라고 연락을 받았는데 "프로베트레이닝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지금 인원이 꽤나 꽉 찬 상태라서 농구 Verein에 들어올 수 있을지는 확답해줄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음? 그럼 왜 오라고 하는거지? ㅎㅎㅎ
어쨌든 정해진 시간에 와이프가 아들을 데리고 프로베트레이닝에 참가했는데, 너무 재밌게 한 나머지 아들이 그냥 골프말고 농구를 해야겠다고 한다. Verein에서도 프로베트레이닝에서 연습하는 신우를 본 후, 등록하라고 연락이 왔다. 이 녀석이 농구를 계속할만한 재목인지 아닌지를 본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뭐 잘됐다.
그래... 그럼 그냥 농구해라. 나중에 니가 좀 더 크면 아빠랑 농구도 같이하고 얼마나 좋아. 근데 아빠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골프 그거 쬐그만 공을 툭 치고 걸어가고, 툭 치고 걸어가고... 뭐 재밌겠니... 그래도 뭔가 매력이 있으니 사람들이 골프에 미쳐사는 것 같긴하다만... 아빤 잘 모르겠구나.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농구가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쉽고, 스트레스 받을 때 한판 뛰고 오기 더 낫지 않겠니.
골프 Verein 테어민은 취소... 꾸욱.
이렇게 신우의 농구인생이 시작됐다. U10 (만 10세 이하) 팀이라고 해도 키 크고 잘하는 애들이 많다. 오늘로 신우는 4일차에 접어들었다. 정규훈련이 끝나면 마지막 15분은 시합을 하는데, 첫날에는 뭔지도 모르고 ㅋㅋㅋ 어디로 넣어야하는지 누가 우리편인지도 모르다가 이제 조금 감을 잡은 것 같다. 아직 드리블과 슛이 서툴기 때문에 시합에서 뭘 하기는 힘들어보이지만 그래도 리바운드는 너의 의지로 할 수 있지 않겠니?
트레이닝 가기 전에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라고 정신교육을 시켜주니 오오... 제법 리바운드를 잡는다. 심지어 오늘은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득점도 했다. 기특하다 ㅋㅋㅋ 그래서인지 요즘 신우가 농구하는 날, 빨리 퇴근해서 구경하는게 낙이다. 오늘도 고생했어. 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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