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겠습니다"
이 말을 꺼내는게 처음이 아닌데도 밖으로 내뱉기 참 힘든 것 같다. 결과만 놓고봤을 때는 일이 잘 풀려서 직장을 옮기는 것이지만, 정말 떠난다고 마음을 먹고나니 여러가지 미련이 남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쩔 수 없나보다. 더 잘할껄. 동료들과 좀 더 살갑게 지낼껄. 뭔지 모를 아쉬움을 안고 오늘 아침, 회사 대표님을 찾아갔다.
똑똑.
"잠깐 시간되시나요? 말할 게 있습니다."
"그럼. 시간되지. 들어오게."
"문을 좀 닫고 말해도 될까요?"
그렇게 대표님 방 문이 닫히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퇴사하려고요."
기껏해야 프로젝트 이야기나 월급 올려달라는 줄 알았다며 대표님은 다시 되물었다.
"도대체 왜? 단순히 퇴사를 하려는거야, 아니면 새로운 직장을 찾은거야?"
"네. 새로운 직장을 찾았어요. 인생은 도전아닙니까."
"어디로 이직하는지 물어봐도 되나? 설계사무소야? 슈투트가르트에 계속 머무르는거야?"
"네. 슈투트가르트에 있구요. 완전히 설계사무소라고 하기는 힘들고, 설계업무를 주로하는 엔지니어 회사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이미 갈거라고 결정한건가?"
"네, 전 이미 결정했고요... 언제 퇴사할지 상의하고 싶어요. 지금 프로젝트가 빠르게 돌아가는데 저만 홀랑 빠지면 안되니까, 저도 퇴사일을 좀 넉넉하게 잡고 싶어요."
"흠... 그럼 다른 파트너하고 얘기하고 내가 자네를 다시 부를게. 참 아쉽구만..."
그 외에도 내 손으로 쓰기 오그라드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셔서, 내가 그래도 대충 일하진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파트너들과 대표님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일주일을 드렸다. 그런데 이렇다할 피드백이 없어서 통보식의 퀸디궁을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새로운 회사에 지금 프로젝트가 바쁘기 때문에 업무시작일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피드백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다음 회사와 정식 계약을 하기 위해서도 업무시작일을 빨리 결정지어야했다. 퀸디궁을 인사팀에 제출하니 첫 비자를 받았을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담당자가 굉장히 많이 놀랬고, 정이 들었기에 더 아쉬웠다.
공식적으로는 5월까지 이곳에서 일을 하기로해서 퇴사까지 두달 정도 남았지만, 남은 휴가를 다 쓰게 되면 회사에 나오는 날은 한달남짓 정도된다. 잘 마무리짓고, 새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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