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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단상]#32. 열정에 기름붓는 사람

by 도이치아재 2020. 2. 7.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둘째가 자는 틈을 타 유모차에 태워 콧바람을 쐬러 밖에 나갔었다. 도서관 앞에 있는 쇼핑몰에 들어가 와이프가 필요하다고 했던 잠옷을 골랐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배가고파서 찡찡 거리는 둘째를 데리고 수유실로 향했다.

수유실은 화장실과 붙어있었다. 독일은 화장실 들어갈 때 작은 팁을 주고 들어가는 문화가 있다. 특히 사람들이 돈쓰러 오는 이런 쇼핑몰 안에는 더 그렇다. 화장실을 가는 사람들에게 팁을 받기 위해, 한 사람이 화장실 앞을 지키고 서있다. 그의 앞에는 작은 접시에 10센트부터 1유로, 2유로 까지 동전들이 놓여있다. 수유실도 이용을 하려면, 이 팁을 주는 사람 앞을 지나갔어야 했다. 우리도 역시 남는 동전을 꺼내려는데, 이 남자가 그냥 들어가도 된다는 쿨한 제스처를 보여주어 쿨하게 그냥(?) 들어왔다.

 

 

와이프가 수유를 하기 위해 자리를 앉았고, 난 짐들을 유모차에 정리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어디선가 독일어 문장이 들려왔다. 그리곤 이내 어눌한 발음으로 그 문장을 똑같이 따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앞에서 팁을 받는 일을 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누군가는 이 사람을 보고 고작 화장실 앞에서 동전 팁이나 받는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 도 있지만, 나와 와이프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수유를 하는 내내, '와- 정말 대단하다.' 라는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그가 따라하는 독일어는 아주 간단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같은 외국인으로서 일하는 틈틈히 독일어를 공부하는 그 열정에 순간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우리가 "육아"와 "일"이라는 핑계로 잠시 미뤄왔던 독일어에 대한 열정에 기름을 부어주셨다. 하하. 앞으로 독일에서 벌어질 일들에 "시간이 없다, 운이 좋지 않았다" 라며 변명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아저씨의 기운을 받아 좀 더 독일어 공부에 피치를 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