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2년 반, 지금까지 타지에서 비자든 생활이든 인간관계든... 별 어려움없이 잘 생활하고 있는 것 보면 첫 해외살이 치고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독일에 정착하고 나서 지금까지도... 친구들 뿐만아니라, 이민 생각이 있는 지인들, 지금 어학과정을 밟고 있는 지인들, 그리고 이 블로그에 남겨놓은 질문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을 하나 딱 꼽자면
결국, "해외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다.
난 정말 자신있게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어가 무조건 첫 번째다. 그 이외의 것들은 비교가 안될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언어에 투자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특히 어학원 다닐 때, 레벨이 높아질 수록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는 사람들을 진짜 많이봤다. 포기한 사람들의 거의 대다수는 어학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지 못했다.
나도 어학원 시절, 큰 결심을 하고 독일행을 선택한 한 한국 동생을 알게됐다. 한국인과는 수업시간에 절대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했었지만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참 큰 결심을 해서 왔구나... 라고 처음엔 느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이야기가 그리 간절하지 않았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수요일 저녁엔 한인 축구모임에 나가고, 주말엔 하루종일 한인교회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인교회 나가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거기서 맺어지는 관계들이 점점 얽히고 얽혀서 사람을 만나는 시간들이 결국 언어를 공부해야할 시간을 빼앗아 가는 게 문제인 것이다. 결국 결석도 잦아지고, 어학원 숙제도 하지 못해 뒤쳐지는 일들이 발생했다. 결국 이 친구는 A2를 통과하지 못한 채 다른 도시로 도망치듯 떠났다.
독일에서 어학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잔인하게도 한국인과의 관계를 끊는게 좋다. 그게 힘들면 어학은 성공하지 못한다. 교회를 나가고 싶으면, 독일인 교회를 가면 되고 축구모임도 동네 독일인 축구동호회를 찾아가면 된다. 한국인과의 관계는 자신의 신분이 타지에서 잘 정착(대학교 진학이나 취업 등)이 되었을 때 만들어가도 전혀 늦지 않다. 물론 외로운 유학생활에서 한국인과의 만남이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이겨내야 하는 것이 해외생활인 것이다.
독일에서 어학을 목적으로 최대 1년까지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임시비자나 유학준비비자 등의 비자로 그 기간을 조금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하는 순간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대학진학은 어떻게 해야하고, 또 다음 비자는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등등... 고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순수 어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년이다. 이 기간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어학능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1년은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독일어만 해도 정말 모자란 시간이다. 그러니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어학에만 매진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때 쌓은 독일어 실력이 거의 앞으로의 독일어 실력이라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대학교가고, 취업하면 독일어 공부는 따로 시간내서 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Wenn in rom wie die römer tun. 로마에 있으면 로마인처럼 행동하라.(의역 :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
해외살이의 시작과 끝은 그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독일인들은 인종차별을 하진 않았다. 다만 언어에 대한 차별은 있었다. 당신이 이 나라의 언어를 말하고 쓸 수 있다면, 그들도 당신을 존중할 것이다.
그러니까 어학 기간을 절대 소홀이 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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