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연봉협상이라는 걸 해본적이 없다. 거의 모든 회사가 신입사원 초봉과 직급별 연봉 인상율을 정해놓지 않는가. 이직이라도 해봤으면 "연봉협상"이라도 해보았을 텐데... 쌩 신입으로 입사해서 별탈없이 쭉~ 다녔기 때문에 굉장히 낯선 단어다.
어쨌든, 면접을 지난 주 수요일에 보고왔다. 연봉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됐었다. 이번 주 화요일까지 희망연봉을 이메일로 써서 제시해야했다.
자, 연봉을 얼마 받아야 할까.
근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IT나 엔지니어 직군의 경우, 이직사례들이 많아 연봉 데이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그리고 연봉이 높다) 안타깝지만... 건축가들의 사례는 전멸이랄까.(연봉도 낮다 ㅜㅜ) 아는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이미 독일에서 일을 하고 계신 http://apastudio.tistory.com/ 님께도 물어보았다. APA님과 짧은 질답이었지만, 연봉 기준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패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고민끝에 희망연봉을 적어 메일을 보냈다. 연봉만 달랑 적어서 보내기 좀 그래서, 몇 가지 쓸데없는 질문도 함께 보냈다. "근데 첫 출근 날 내가 노트북같은거 가져가야 하나요?", "근무 시작일은 정확히 XX.XX.2018 맞나요?", "계약서는 언제 쯤 작성하나요?" 등등.... 어제 아침에 보냈는데 하루가 지나도록 답장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했다. 하루가 지난 오늘 내가 제안한 연봉을 수락한다는 긍정적인 답장을 받았고, 약간의 일정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금요일까지 계약서를 보내준다고 이메일을 받았다.
아직 한시름 놓기는 쬐금 이르지만, 또 한번 걱정을 덜었다.
한편! 지금 내 상황을 잘 아는 독일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고있다. 친구는 이 회사보다는 좀 더 좋고 큰 회사에 들어가길 원하고, 충분히 내가 들어갈 수 있다고 믿어주는 참 고마운 친구다. 나도 유능한 독일 건축가들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할 다른 것들이 많다. 늘 발목을 잡는 것은 비자다. 당장 10월이 되면 비자가 끝나니 그 전에 JOB을 잡아서 일을 해야 이 곳에 더 머무를 수 있다. 그건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그걸 해결해야 와이프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의 조언은 너무 감사하지만, 당장은 해결 해야할 일이 있기에 지금은 내 소신대로 가야할 것 같다.
지금 사무실은 작긴 하지만 공모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고, 실시설계도 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되려 큰 사무실에 갔다가 시스템도 언어도 다른 곳에서 자칫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 지금 내 지인 중 한명도 이곳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규모있는 사무실에 들어갔음에도... 딱 그 처지에 놓여있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 경력이 쌓이면 이직은 그 때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 이렇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독일인 친구가 또 있을까 싶다. 참 복받았다. 그 친구에게 잘해야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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