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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단상]#9.독나 짜증나는 독일어

by 도이치아재 2017. 10. 26.

내가 이럴 줄 알았다. 

B1 코스에 접어드니, 독일어에 좀 더 익숙한 친구들이 여럿 눈에 띈다. A1, A2 수업은 열심히만(?)하면 수업을 주도해서 나갈 수 있는데, B1 코스는 조금 힘이 빠진다. 그렇다고 소홀히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그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스트레스가 찾아오기 시작해서,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 중이다.

B1에서 배우는 문법이 아직까진 어렵진 않다. A2에서 배웠던 문법들 보다 덜 복잡하고, 이미 조금씩 접해봤던 내용들이라 크게 부담이 되진 않는다. 수업 시간에도 A1, A2에 비해 문법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 보다는 듣기, 읽기, 말하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참 신기한 현상을 눈 앞에서 보고 있는데, A2에서 문법을 거의 몰랐던 유럽 친구가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난 A1, A2에서 문법을 잘 다듬어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문법에 맞게 말로 터져 나오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문법을 생각해서 말을 하면 말이 느려지고, 그렇다고 문법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상대방이 이해하기가 힘드니 답답하다.

A2 수업을 1등으로 수료하고, 늘 정확히 요점을 짚어 질문하던 일본 친구 Y는 지금 선생님과 거의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 그 친구를 비롯해 대부분 아시아 친구들이 입을 못 열고 있다. 난 어떻게 든 말해보려고 선생님 근처에 앉아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가끔 찾아오는 기회에도 말을 버벅이기 일쑤이다. 그럴 때마다 온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 같아 부끄럽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더듬거리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는다.

이에 반해, 내 양 옆 친구들은 정말 술술, 그리고 빨리 말한다. 독일에서 산지 1년 조금 넘게 된 그들을 따라 잡는 게 지금은 쉽지 않을 꺼라는 걸 나도 잘 안다. 외국어를 배울 때, 절대적으로 할애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꾸 옆 친구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전 수업들 보다는 심해졌다. 그래,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그냥 내 패턴대로 가야겠다며 오늘도 스스로를 토닥여 본다.


독일어 독나 짜증 난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