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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별일없이 산다

by 도이치아재 2024. 5. 16.

어제는 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일하고, 퇴근했다. 조금 늦게 퇴근하면 늘 자리가 빡빡한 슈투트가르트 시내 주차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오니 해야할 일을 다 끝낸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닌텐도 스위치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차례로 뽀뽀로 인사하고, 가방에 든 다 먹은 도시락통을 꺼내 부엌으로 향했다. 저녁을 순대국으로 준비한 아내가 정성스레 요리를 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가족과 저녁식사를 했다. 아이들과 도란도란 오늘 있었던 평범한 일상을 공유했다. 한가지 특별했던 점이 있다면 오랜만에 먹어본 순대국이 정말 맛있었다.

밥을 다 먹고 장비를 챙겨 검도장으로 향했다. 늘 가던길, 늘 가던 시간, 도장에서 늘 만나는 사람들.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열심히 소리치고, 땀을 흘렸다. 머리치기를 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수련했다. 운동이 끝나면 눈을 감고 다함께 묵상을 한다. 죽도 부딪히는 소리, 기합소리로 가득찼던 큰 공간이 한순간에 고요해진다. 이마에서, 등에서 땀이 방울방울 흐르는게 느껴진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주차할 곳이 남아있을까... 걱정하며 집 주위를 돌다가 우체국 앞에 자리하나가 보인다. 오늘은 운이 좋다며 그곳에 주차했다. 땀에 젖은 면수건과 호면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여기까지가 나에겐 늘 똑같은 일상이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맥주집 야외 테이블이 놓여있다.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그곳은 우리동네 핫플레이스다. 그 앞을 지나가는데 한국말소리가 들렸다. 더 가까이 다가가니 낯익은 목소리다. 얼마 전 만났던 H와 H의 직장동료들이었다. H가 다니는 회사에는 한국인 동료들이 많다. 이 중에는 내 학교 후배도 한명있었다. 그렇게 어쩌다 반복되던 내 일상에서 새로운 사건이 하나 들어왔다.

대화의 주제가 밝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맥주한잔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별일없이 살고 있다는데 감사함을 느꼈다.

다들 별일없이 잘 계시는거죠? 맥주 딱 한잔만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