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신우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할 김나지움이 결정되었다.
위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BW주는 지망한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부활절 이전에 제출한 서류를 우편으로 돌려받게 된다. 정말 감사하게도 신우 앞으로 우편은 오지 않았고 이는 지망한 학교에 합격했다는 뜻이 된다.
학교를 결정하기까지 와이프와 나는 정말 고민이 많았다. 친구를 따라가야할지, 아니면 아이 적성에 맞는 학교를 선택해야할지, 만약 입학이 안된다면 어느 학교를 그 다음 순위로 넣어야 할지 등등 고민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학교를 선택할 때 신우의 요구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 수학과 과학을 많이 공부할 수 있는 곳
- 더 재미있는 로블록스 플레이를 위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
- 농구 Verein에서 멀지 않은 곳
- (추가로 엄마, 아빠가 일을 할 수 있도록) Ganzentagschule 여야 할 것
아이가 원하는 환경이 있으니, 이걸 찾아서 제공해주는 것까지는 부모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 아닐까... 원하는 학교에서 떨어졌을 때 상실감보다, 부모의 정보 부족으로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더 클 것 같았다. 합격여부가 반드시 성적에 따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운(그 해 입학하는 전체 학생의 수와 경쟁률 등)도 따라줘야 하는 것이었기에 근심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있는 학교는 교외 지역보다 특정 학교(예 : 전통이 깊은 학교, 이중언어 학교 등) 에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1지망에서 떨어지면 그 이후부터는 누가 먼저 자리 남는 학교에 지원하느냐의 싸움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2지망부터는 의미가 없었다. 결과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게도 운이 따랐다.
추가로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적자면,
1. 성적보다 중요한 혈연
독일 김나지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혈연이 다른 그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다. 아이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형이나 누나가 그 학교에 재학중이라면 큰 어려움없이 입학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첫째 아이가 A 김나지움에 다닌다면 둘째 아이도 A 김나지움에 사실상 입학 예정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첫째 신우가 어디로 진학할지는... 사실은 둘째 신아에게도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역 사회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이민자에게는 참으로 불리한 조건이 아닌가 싶다.
여러 김나지움의 인포아벤트를 다니면서 얻은 중요한 정보 중 하나가 바로 이 혈연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비율이었다. FEG 김나지움의 경우, 혈연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비율이 해마다 다르지만 약 20~30%라고 밝혔다. 아마도 다른 인기있는 김나지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보통 큰 김나지움은 30명을 정원으로 3반, 총 90명의 인원을 받는다. 그 중 혈연으로 입학하는 아이가 대충 25명 정도 되는 것이다. 순수하게 남아있는 입학 정원 자리는 대충 65명 정도 된다고 역산할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있는 학교는 거리에 상관없이 멀리서도 진학하기 때문에 정말 인기가 많은 학교라면 경쟁률이 생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학교마다 열리는 인포아벤트에 꼭 가야한다. 그래야 그 학교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대략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2023년 FEG 김나지움의 경우, 총 지원자의 1/3이 불합격했다고 FEG 교장선생님께 전해들었다.
2. 슈투트가르트 지역에 따라 경쟁률이 다르다
슈투트가르트 시내를 동서남북으로 잘라보자. Nord, West, Ost, Süd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West 지역은 교육열(독일에도 한국보다 덜하지만 치맛바람이 있긴함)도 가장 높고 인기많은 김나지움이 몰려있다. MINT 학교와 이중언어 학교, 영재반(Hochbegabung)이 포함된 학교도 West 쪽에 대부분 몰려있다. 특히 MINT 학교는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2군데 밖에 없는데 두 곳 모두 West에 있다. 그에 비해 Ost 쪽은 김나지움 수가 현저히 적다.
아마도 West가 부촌으로 알려져있기도 하고, 이곳에 위치한 학교들이 Botnang 지역과 Killesberg 지역까지 커버해야해서 다른 지역보다 학생들이 더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 U반과 S반이 모두 West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멀리 살더라도 쉽게 등교할 수 있으니 교외에서 도심으로 학교 보내기에도 좋기도 하다. 만약 김나지움을 슈투트가르트 West 이외 지역으로 결정했다면 지원 경쟁률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디 김나지움을 가든 일단 아이가 정을 붙이고 좋은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선택이든 틀린 것은 없기 때문에, 편하게 집에서 가까운 김나지움을 가느냐 아니면 우리아이에게 맞는 김나지움을 찾아가느냐가 차이인 것 같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아이의 김나지움 진학을 고려중인 분이 계신다면 부디 이 글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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