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여름 휴가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쉬고있던 평온한 오후, 와이프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하는 순간 전화는 끊겼고, 뒤이어 같은 번호로 나에게 전화가 걸려와 재빨리 받았다.
"슈투트가르트 외국인청인데요. 영주권 발급을 위해 테어민을 잡아드리려고 하는데, 다음 주 수요일 오전에 외국인청에 방문해주실 수 있나요?"
"네, 그럼요. 일정이 있어도 빼서 가야죠."
"그럼 이메일로 추가 서류 목록을 보내드릴테니, 아이들도 모두 함께 방문해주세요"
영주권을 받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참 전에 신청한 영주권 서류가 처리되고 있는건지 어쩐건지 통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2년 반이 넘게 흘렀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알아보니 독일에서 민사 1심 소송은 변호사 없이 개인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법원에 외국인청이 일안한다고 부작위 소송을 직접 걸 수 있는거다. 근거는 독일의 행정소송법(VwGO) 제 75조, 정당한 사유없이 기한 내(3개월 내에)에 일을 하지 않은 경우다. 그래서 연락이 닿지 않는 외국인청에 (제미나이의 도움으로) 우편으로 경고장을 날렸다. 우편에는 그 전에 외국인청과 주고받은 이메일들, 독일 건축사 자격증을 포함해 최종 기한을 통보했다.
경고의 내용은...
- 계속 연장해야하는 Fiktionsbescheinigung(임시거주증)는 건축사 업무가 제한된다.
- 영주권이 처리되지 않아 독일 건축사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못누리고 있다.
- 2년이 넘도록 영주권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인력부족으로 정당화 되지 않는다.
- 앞으로 건축사 업무를 하며 영주권 미처리로 생기는 모든 법적, 금전적 책임을 외국인청 앞으로 물겠다.
(혹시 저와 같은 이유로 으름장의 원문이 필요하시다면 댓글로 이메일 남겨주세요.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으름장을 냈다.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영주권을 신청한지 2년 9개월만에 받아들었다. 3달전에 영주권을 신청한 와이프도 더 기다리지 않고 함께 처리가 됐다.

우리는 앞으로도 기꺼이 고생하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그게 고생인줄 모르고 현실을 살아갈 것 같다. 설레는 일들이 많다. 점점 더 독일에서의 삶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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