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부터 중순까지 우리는 크로아티아에서 잊을 수 없는 휴가를 보냈다.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으면 만날 수 있는 Umag은 뜨거웠고, 경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캠핑장에 도착해 체크인할 때, 직원이 대한민국 여권을 처음 본다며 다른 직원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 캠핑장에서 첫 번째 한국인 고객이었다.
"대한민국 여권 처음봐요?"
캠핑장에 머무는 동안, 나는 바다 해안길을 따라 조깅을 즐겼다. 캠핑장 크기는 상당해서 끝에서 끝까지 약 5km에 달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캠핑장 중 가장 컸다.
첫 주 동안은 주로 캠핑장 안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하기보다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소라게를 잡으며, 패들보트를 타거나, 해질녘 바다 끝으로 잠수하는 듯한 노을을 보며 맥주 한잔하는 여유를 즐겼다. 캠핑장이 서쪽 바다에 접해 있어서 매일 저녁,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었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사진으로는 그 감동을 표현할 수 없었다.
작년에 갔던 이탈리아 해변과는 달리, 이곳 바다는 모래가 아닌 돌바닥이라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스노클링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독일에 살면서 바다를 자주 접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캠핑장 안에는 수영장이 두 개나 있어서 아이들은 수영장을 오가며 놀았다. 그 덕에 가족 모두 얼굴이 까맣게 타버리긴 했다.
캠핑장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영화 상영, 불꽃놀이, 그림 그리기, 댄스 파티 등 매일이 축제 같았다. 둘째 신아는 저녁을 먹고 나면 꼭 '킨더 댄스 파티'에 갔다. 첫째는 이제 좀 컸다고 지루해했지만, 둘째는 온몸에 땀이 나도록 신나게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캠핑장 생활이 조금 지루해질 즈음, 본격적으로 캠핑장 밖의 크로아티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매일 바깥으로 돌아다니기보다는 여유롭게 3개의 일정을 계획했다. 돌고래 투어, 아바타의 배경이 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방문, 그리고 풀라(Pula)에서의 스노클링이었다.
돌고래 투어는 캠핑장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근처의 Novigrad라는 작은 도시에서 배를 타고 돌고래 서식지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돌고래를 찾는 동안, 와이프는 영화 타이타닉처럼 배 옆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를 상상했지만, 실제는 많이 달라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투어 동안 와인과 음료가 제공되었고, 돌아오는 길에 배 위에서 멋진 노을을 볼 수 있어서 충분히 즐거웠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캠핑장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였다. 여유롭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아침 일찍 출발했다. 바다에서 산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했고, 결국 신우가 멀미를 하다 차 안에서 토해버렸다. 당황스러웠지만, 잠시 쉬며 다시 출발했다. 다행히 신우는 토한 후 몸이 좀 나아졌다.
플리트비체에 도착한 우리는 B코스(2시간)와 C코스(4시간) 중 고민했지만, 신우가 C코스를 고집해 결국 4시간 코스를 선택했다. 아이들과 함께한 트레킹은 쉽지 않았고, 신아는 목마를 태워야 했다. 평발인 신우는 다리가 아팠는지 훌쩍이기도 했지만, 자기가 선택한 코스를 끝까지 해낸 모습이 대견했다. 플리트비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죽기 전에 한 번쯤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우리는 체력이 방전되어 풀라에서의 스노클링 일정을 취소하고 캠핑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마트에서 문어를 사다가 숙회를 해먹고, 크로아티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라들러 맥주 'PAN'도 즐겼다. 우리는 PAN 복숭아 맛에 반해, 돌아오는 길에 한 짝을 사서 지금도 아껴 마시는 중이다. 물론,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하루는 실수로 차 실내등을 켜둔 채로 지내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다행히 옆집 독일인 아저씨 덕분에 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감사의 표시로 맥주를 사드리기도 했다.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휴가를 정말 충분히 즐기고 온 덕분에 휴가 후유증 없이 다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정말이지 즐거운 여름휴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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