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나는 독일 김나지움에 대해 듣기만 들었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인포아벤트에 다녀왔다. 이번 인포아벤트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Königin-Olga-Stift Gymnasium와 Dillmann-Gymnasium이 동시에 주최하는 설명회로, 두 학교의 이중언어 교육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설명회는 Dillmann-Gymnasium에서 열렸다.
Dillmann-Gymnasium 역시 FEG와 함께 슈투트가르트의 명문학교 중 하나로 1지망에서 정원이 모두 찰 정도로 인기가 많은 학교다. 신우의 절친인 헨리네 가족도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헨리네 아빠도 이 학교를 졸업했고, 헨리네 형과 누나도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헨리도 물론 이 학교에 진학 예정이다. 신우도 절친인 헨리와 함께 이 학교에 지원할까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교과과정이 문과 중심이라 신우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아 아쉽지만 다른 선택을 결정했다.
이번 인포아벤트는 KOST와 Dillmann 두 학교를 간접적으로 알아보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라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회의 주제는 이중언어 교육에 관한 것이었고, 전반적인 학교 생활보다는 이중언어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얼마큼의 시간을 공부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중언어 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학교에서 이뤄지는지 완벽히 알 수 없지만, 설명회만 듣고 난 후 와이프와 내 생각은 똑같았다. Dillmann보다 KOST의 설명이 훨씬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었다. 이중언어 교육이 목적이라면 독일인보다 독일어를 외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가 어떤 교육이 더 괜찮은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었다.
Dillmann의 이중언어교육은 7학년 때 세계지리 과목을 통해 처음 배우기 시작하고, 이중언어라기 보다는 일반 영어수업의 연장선쯤으로 보였다. 수업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진행되는지도 알고 싶었지만, 그런 내용보다는 왜 이중언어를 해야하는지, 왜 지리 과목이 이중언어 교육에 더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학교 측에서는 세계지리 과목을 배우면 나중에 다른 나라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적어도 설명회에서 우리는 Dillmann의 매력적인 점을 찾지 못했다.
반면 KOST는 5학년부터 6학년까지 매일 영어 기초다지기 시간이 있고 7학년 때부터 역사과목을 통해 본격적인 이중 언어수업이 시작된다. 수업 교재와 학생들이 작성한 영어 작문도 예시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같은 내용의 수업을 쉬운 영어로 7학년에 한번, 어려운 영어로 9학년에 한번 더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역사를 이중언어교육 과목으로 가르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과목보다 역사 과목은 훨씬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보면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정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느꼈다. 여기까지는 이중언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KOST는 MINT Schule기 때문에 영어이외에 수학과 과학에 중점을 둔 교육이 궁금해졌다. 다음 인포아벤트도 꼭 가볼 생각이다.
간단한 질의응답이 끝난 후, 여러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두 학교에 관심있어서 참여한 사람들이 둘 중 어느 학교에 더 관심있는지 궁금했다. 설명회 자리에는 같은 반 부모들도 있었지만, 신우 농구부 엄마들도 더러 있었다. 쪼르르가서 아이가 어디 학교에 진학할 생각인지 물어보니 다들 Dillmann을 쓸거라고 했다. 모르는 척 왜 Dillmann이 좋은지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이유가 다른 형제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만족한다고 했다. 신우네 반 부모들도 모두 Dillmann을 쓸거라고 한다. 이렇게 직접 사람들에게 들으니 Dillmann이 좋고 인기 많은 건 알겠는데, 왜 좋은지... 왜 이 학교를 꼭 가야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 생각대로 Dillmann보다는 KOST로 결정하면 될 것 같다.
설명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와이프와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Dillmann을 지망하지 않을것에 대한 미련이 싹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다가오는 FEG 설명회와 또 한번의 KOST 설명회를 다녀와보고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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