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아... 이번 캠핑은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들어서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올해 캠핑은 3번정도 다녀왔는데, 그냥 평범했던 힐링 캠핑이었기에 따로 기록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조금 남달랐던 것 같다. 슬기와 나에게 조금은 특별했던 이탈리아 여행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적어본다.
독일에 사는 우리는 출발 전부터 그 어느 때보다 설렜다. 이탈리아는 슬기와 내가 대학시절 여름방학 동안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워크샵도 하고, 유럽여행도 다니면서 좋은 추억이 많았던 나라였기에 더 기대가 됐다. 몇 년간 느껴보지 못했던 햇볕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탈리아 캠핑장을 찾아보면서 우리는 '학생 때 이탈리아를 집에서 차타고 갈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적이 없는데 인생 참 신기해'를 연신 남발했다. 여러 캠핑장을 둘러본 결과 해변과 바로 붙어있고, 중간 중간 베네치아와 근교 여행도 해볼만한 Cavilino에 위치한 한 캠핑장에 예약을 했다. 이곳은 휴가지로 인기가 많은 탓에 미리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 귀차니즘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겨우 한자리 남은 사이트를 예약할 수 있었다.
휴가 전날은 급한 업무는 아니었지만 내가 맡은 업무를 일단락하고 가고 싶어 가장 늦게 퇴근했다. 당분간 비울 자리를 정리하고, 동료들에게 업무 진행사항과 단도리된 일을 이메일로 공유하면서 늦었지만 홀가분하게 퇴근했다.
휴가 첫날은 여유롭게 짐을 싸고,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새벽 4시에 이탈리아로 떠날 예정이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구글 맵에는캠핑장까지 차로 8시간 걸리다고나와 중간 중간에 밥도 먹고 쉬었다 가면 오후 3시쯤이면 도착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휴가철 이탈리아를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의 착각이었다. 출발 후 2시간 뒤인 아침 6시, 뮌헨근처에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지만 이내 뚤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알프스를 넘어가는 구간에 접어드니 먼길을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독일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에 접어들었다. 어느 새 날도 밝았고, Zugspitze에 위치한 휴게소에 들러 잠시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출발했다. 슬기와 둘째 신아는 아직 잠에 취해있던터라 신우하고 둘이 사진찍고 풍경에 감탄한 뒤 다시 차에 올랐다.
어느 덧 우리는 중간 목적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다다랐다. 도착하니 벌써 오전 9시, 빠르게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하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었다. 캠핑장 체크인이 오후 5시부터여서 서두르지않고 느긋하게 커피한잔과 함께 여유를 부리면서 느지막하게 출발했다.
인스부르크에서 캠핑장까지 구글맵 상 4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왔다. 오프라인 맵이어서 교통정보가 반영이 안되어서 그런지 결과적으로는 그 곱절로 걸렸지만 그 때 우리는 정말 오후 2시엔 캠핑장에 도착할 것 같았다. 체크인까지 3시간이나 남았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이탈리아 가르다 호수에 들렀다 가기로 급 결정해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탈리아로 넘어오자마자 차가 엄청 막히는 것이 아닌가. 유럽에서 이 정도 정체는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오후 5시 반 퇴근길 올림픽대로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길이 막히면 대화도 많아지는 법. 하도 차가 안가니까 와이프와 나는 "도대체 이 정체길의 제일 앞에 있는 친구는 뭐하는 친구냐"며 누군지 모를 그 녀석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이탈리아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톨게이트 때문에 차가 막힌 것이었다. 그곳을 지나니 다시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옛날 한국처럼 톨게이트에서 티켓을 받아야 했다. 톨게이트가 없는 독일인지라 티켓발권이 영 어색했지만, 예전에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톨게이트 표를 뽑아들고 출발했다. 표를 뽑는 곳 앞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물도 함께 나눠줬다. 고속도로에서 물을 공짜로 받다니!?
별것 아닌 것에 기분이 설레는 마음으로 첫번째 목적지인 가르다 호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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