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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독일 유치원의 나르시시스트 1편

by 도이치아재 2024. 7. 11.

유치원의 왕선생님이 퇴직하시고,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선생님 A와 처음으로 상담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이 A선생님이 유치원에 오면서 그녀의 아이도 같이 유치원에 들어왔다.) A선생님은 둘째 신아의 독일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데도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을 주로 이야기했다. 어려움이 있으면 해결하면되고,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면 되니까 우리에게는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문제는 상담에서 보인 A선생님의 태도였다. 이 상담은 둘째를 위한 상담이었지만 속내는 그러지 않다는 걸 눈치가 느린 나 조차도 알아차릴 정도였다. 쎄함을 느끼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단어는 나르시시스트였다. 유튜브 영상에 나르시시스트 영상이 떠서 몇 번 우연히 본적이 있는데 이게 그건가...?

'이 여자 혹시 나르시시스트....?'

A4 3장에 빽빽히 적어넣은 신아의 문제점들, 그리고 그 문제점을 미끼로 우리의 감정을 긁는 여러차례의 의도적인 질문들. 유치원에서 같이 뭘 노력한다는 말보다는 의사를 찾아가보라는 말이 그녀 입에서 먼저 튀어나왔다. 그녀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우리의 속은 도대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상담이라기보다, 우리 아이가 왜 이런 상태인지 와이프와 내가 변명을 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상담이 끝난 후, 복도에서 다시 한번 그녀를 마주쳤다. 아이가 정서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3장의 리포트를 받아든 부모의 마음이 어떨까. 찢어진다. 그런 그녀는 우리에게 다시 물었다.

"내가 볼 때 신아는 문제가 많은데, 기분이 어때?"

'기분이 괜찮아?'도 아니고, 기분이 어떻냐니. 장난 똥 때리나. 이 질문은 주말이 지나 다시 유치원에 등원한 월요일에도 와이프에게 이어졌다. "주말동안 기분 어땠어?" 와이프는 "이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야."라고 말을 했지만,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이제 문제를 알았으니, 우리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같이 더 생산적인 대화가 있지 않나. 왜 자꾸 아픈 곳을 툭툭 건드리려고 하는거지?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와이프와 많은 대화를 했다. 그리고 나르스시스트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여러모로 맞아들어가는 점들이 발견됐다. 우리는 그녀를 나르스시스트로 생각하기로 했다.

1. 다짜고짜 우리 아이에게 의사진단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 점 (낮은 자존감)
-> A선생님의 아이가 눈이 아파서 한쪽을 항상 가리고 있고 자주 병원에 다닌다. 신아에게 다짜고짜 병원에 가라고 한 것도 아마 딸이 병원신세를 지고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신아도 병원에 다니면, "우리 딸만 병원에 다니지 않아!" 라며 위안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심히 의심된다.

2. 우리의 아픈 손가락을 건드려서 감정이 올라오게 한 점 (착취적 관계로 만들려는 의도, 공감의 필요성을 모름)
-> 그녀는 우리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건드려서 슬픈 감정이 드러나면 희열을 느끼는 성향일지도 모른다. 나르스시스트는 이런 감정을 이용해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 외에도 다른 선생님 앞에서 민망하리만큼 비난섞인 어조로 우리와 상담했다는 점도 그녀가 나르스시스트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마치 같은 자리에 있었던 다른 선생님께 자신의 역할이 돋보이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이미지와 평판을 중요하게 목숨처럼 여기는 점)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을 그녀가 계산해서 행동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자존감이 낮고, 피해의식이 크고, 어떤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의 성향 자체가 본능적으로 나왔을 것이다.

결국 와이프는 몇 일을 스트레스로 잠도 못자고, 고통 받다가 의사인 다른 엄마와 커피한잔을 하게 되는데.....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