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새해+크리스마스 휴일이 끝났다. B1 끝나고 거의 3주 동안이나 꿀 같은 방학이었다. 처음 다짐과는 역시나... 다르게 방학 첫 일주일 동안은 정말 널부러져 있었다. 거의 셋째주가 다 되어서야 안되겠다 싶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간단하게 문법을 한번 훑고, 듣기 공부만 했다. 방학 내내 공부하겠다는 다짐과는 다르게 마지막에 몰아치듯 공부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곧 시작될 B2 수업이 걱정으로 다가왔다.
B2반 친구들은 대부분 새로 만났다. B1까지는 여자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 B2에선 남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이미 독일어를 2-3년 공부하고 온 친구들이 있었다. 물 흐르듯 말을 내뱉는 친구들도 3명 정도 있는 것 같다. 그 중 이집트에서 온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아마 이 친구가 제일 말을 잘 하는 것 같다. 발음도 좋고, Nebensatz 사용 역시 능숙하다. 독일어를 배운지 이제 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음 그가 Nebensatz를 가지고 노는 걸 보았을 때, '와~'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정말 언어에 재능이 있는 친구 같다.
B2의 첫 시간은 멘붕시간이 될 것이란 걸 직감하고 있었다. 난 듣기에 약해서, 오디오를 듣는 순간 멘붕이 올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듣기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듣기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확 느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심 걱정이 많았다. 선생님도 듣기 파일을 틀어주기 전, 대화가 'B1보다 빠르니 안들린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살짝 긴장된 상태에서 선생님이 오디오 파일을 틀었다.
'어? 이상하다. 들리네...?'
듣기가 끝나고, 들은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입을 떼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뭐랄까... 듣기 실력이 향상됐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내가 들은 내용을 선생님께 나만의 단어들로 설명했다. 선생님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몇명의 친구들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친구들의 얼굴 표정은 이미 멘붕이 온 것 같았다.
지난 B1 첫 시간, 듣기를 하고 나서 멘붕에 빠진 내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어 혼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화를 삭혔던 기억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 때부터 하루에 적게는 3-4문장, 많게는 300자 정도 되는 텍스트를 받아쓰기 시작했는데 그 효과를 지금 보는건가 싶다. 이 공부 방법은 계속해서 꼭 이어나가야겠다. 뭐 그래봐야 지금은 이 클라스에서 중간정도 되는 실력이지만, 첫 시간에 멘붕이 아닌 성장했음을 느꼈다는 게 나에겐 참 큰 의미로 다가온다. 기분이 좋다. 또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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