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에게 건축이란"
슈투트가르트는 도심 곳곳 공사가 한창이다. 슈투트가르트 21이라는 거대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자세히 포스팅 할 예정) 곳곳에 새로운 건물들이 쑥쑥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도심은 참 어수선해 보인다. 길을 걷다 보면 꼭 공사장을 하나씩 마주하게 되는데, 재밌는 건 많은 사람들이 그 공사장을 흥미롭게 보고 지나간다. 그냥 쓱~ 보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정말 유심히 보는 사람들이 많다. 건축을 일반 사람들도 흥미롭게 바라본다. 한국에서 건축을 했던 나로서는 이런 모습이 정말 부럽다.
몇 일 전, 그 부러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작은 전시를 다녀왔다. 한국으로 치면 시립 박물관(Stadtmuseum) 리모델링이 완료되어, 시민들에게 무료 Preview 전시를 개최한 것이다. 그 동안의 공사 과정을 전시하는 작은 행사였지만, 생각보다 관심은 뜨거웠다.
01. 오래됨과 새로움의 경계에 서다.
이 공사가 끝나면서, 슈투트가르트 시립 박물관은 오래됨과 새로움의 경계에 있게 되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슈투트가르트 풍경에 한 몫해온 이 건물의 외관은 완벽히 보존되었다. 반면, 내부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새롭게 계획이 되었다.
02. 독일의 건축, 그리고 한국의 건축
이 작은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 한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들어오는 가 하면, 젊은 건축학도 처럼 보이는 학생들도 여럿 왔다 간다. 그리고 이 사진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군중 속에 있던 나는 건물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보다,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더 눈이 갔다. 참 좋은 건축 문화를 가진 나라다.
'얼마나 관심이 있으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한국에도 좋은 건축물이 많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그 건물이 만들어 놓은 풍경과 문화를 먼저 생각하기 보단, 경제논리에 먼저 반응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다. 그 돈 뒤에 좋은 건축은 가려진다. 결국 돈을 쫓아 만들어 놓은 우리의 삶은 아파트라는 특이한 주거 문화를 만들었고, 모두가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삶을 억지로 구겨 넣었다. 그리고 30년 뒤, 또 돈을 쫓아 모두가 재개발을 외친다. 건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건물을 소비하는 환경에서는 좋은 건축이 나오기 참 힘들다. 정말.. 정말..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건축은 문화로 자리 잡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