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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8. 정식 도장 등록, 대련하기 싫은 상대와의 만남

by 도이치아재 2019. 11. 10.

내가 독일에서 다니는 Kendovereing(검도 도장 혹은 모임)은 3번 정도 무료 트레이닝에 참가할 수 있다. 그리고나서 정식으로 등록을 할지말지, 결정을 할 수 있다. 검도는 일단 시작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무도인 만큼, 여기선 일종의 검도 맛보기로 3번의 무료 체험을 가지는 것 같다.

글과 상관없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검도 국가대표 조진용 선수

어느 덧 나도 3번의 무료 체험기간(?)이 끝나 등록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등록방법이 어떻게 되는지, 누가 관리하는지 통 알수가 없어 운동이 끝난 후 사범님께 여쭤보았다.

"오늘로 제가 4번째 운동인데요, 어떻게 등록을 할 수 있을까요?"

음...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답변을 내놓으셨다.

"혹시 앞으로 다칠 예정인가?"
"(웃으면서) 하하. 다칠것도 예상해야 하나요? 하하"
"그게 아니라, 우리 참가비는 운동하다가 다쳤을 때 보상받는 보험비라네. 사실은 등록을 하는게 원칙이지만... 다칠 예정이 아니라면...(?) 등록을 해도 되고, 안해도 돼. 자네는 일을 하니, 어차피 보험이 있지 않은가? 하하"

처음엔 한국의 도장 시스템과 똑같이 생각했기 때문에, 이게 무슨 말인지 싶었다. 그러니 사범님 말씀은 어차피 다쳐도 병원에 갈 수 있는 보험이 있으니, 등록을 굳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 모임이 한국의 도장처럼 관원들의 회비가 사범님의 월급이 되는 그런 개인 도장이 아니라, 슈투트가르트 시에서 시민을 위해 운동공간과 소정의 운영비용을 이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회비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운동하고 싶으면 그냥 나오라는 뜻이었다. 검도를 하는 사람이 여기선 많지 않은 이유가 있기도 하고 ^^;

"그러면 마음편히 운동 나올게요 하하."

앞으로 운동은 의도치않게 공짜(?)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도장등록은 잘(?) 마무리가 되었고, 오늘은 또 다른 사람과 대련을 할 기회가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꼰대검객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자신의 검도 경력, 나이, 혹은 단수가 상대보다 높다는 이유로 상대를 가르치려는 드는 사람을 난 꼰대검객이라고 말한다.

오늘 칼을 맞춘 상대는 처음 본 독일인이었다. 나를 처음보자마자 이름을 먼저 물어보기 보단, 몇 단이냐 부터 질문한 이 남자는 머리가 희긋희긋한 40-50대 정도 되는 독일인이었다. 도복만 보면 색이 바랜것이 검력이 오래되 보이지만, 호구 입은 것만봐도 얼마나 제 멋대로 검도를 해온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갑은 갑상위로 올라가 도복이 보일정도로 쪼아매었고, 호면 끈은 정리가 안된 채 머리에 올려져 있었다. 가관이다 증말.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기엔, 이미 검도력 꽤나 했고 나이도 많아서 나머지 관원들이 뭐라 하기엔 애매한 그런 상황이다. 사범님이 이야기 해도, "네"하고 말을 들을 짬밥도 아니라서 문제가 많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과의 대련은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시합 연습을 하면, 자신은 공격을 하지 않고 죽도를 계속 걸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련 연습은 내 체력만 소모한다. 사범님을 제외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동등한 입장에서 검도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수 가르쳐주는 것 마냥 검도를 한다.

역시나 대련 연습내내 마치 내 검도가 성에 안차는 듯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이게 무슨 무례한 행동인가? 참 어이가 없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검도를 배운 사람이라면 이럴 수 있을까? 상대와 붙었을 때도, 이게 싸우자는 건지 코등이 싸움을 하자는 건지 모를 힘싸움을 걸어온다. 내가 거리를 노골적으로 보여주어도 공격 할 생각을 전~혀 안한다. 발구름이라도 하면 놀라서 죽도가 들썩 들썩 춤을춘다. 이것만 봐도 초보자와 다를바 없는 검력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다. 도대체 검도를 어떻게 해온건지.... 안그래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이런 사람에게 내 에너지를 쏟아야 되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몇 번의 정상적인 대련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대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중간에 꽂아칼을 해버렸다. 그런 행동들을 본 사범님도 결국 그에게 몇 마디 하셨다. 사범님의 꾸지람을 듣는 그의 태도도 가관이었다. 짝다리에 죽도를 어깨에 맨다.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든다. 증말.

지난 번처럼 예의없는 행동에 내 칼로 맞서고 싶었지만, 그 때 무리한 탓에 아킬레스가 땡겨서 오늘은 그와의 대련을 그냥 그만두었다. 운동이 끝난 후, 기분이 나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다음에 그와 만나면 체력이 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한국검도의 위력을 보여줘야지.

그래도 그 꼰대 검객만 빼면, 기분좋은 수련을 한 것 같다. 나를 가르쳐주시는 사범님은 나이 지긋한 여자 사범님이신데, 어찌나 그렇게 체력이 좋으신지 숨도 안차하신다. 이 분을 보면 평생검도라는 말이 맞긴 맞는 것 같다.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