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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독일 교육에 관하여

독일 김나지움 선택 1 - 선생님 상담

by 도이치아재 2024. 1. 23.

독일의 BW주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이 끝나면 담임선생님과 GSE(Grundschulempfehlung, 초등학교 졸업 후 학교 추천)에 대해 부모 개별상담을 한다. 독일인, 외국인 다를 것 없이 다들 우리 아이가 김나지움으로 진학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GSE는 3학년부터 평가하는 독일어와 수학 점수의 합산 평균과 평소 수업태도 등을 토대로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웁트 레알슐레로 추천을 받는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이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본 신우 GSE표에는 시험성적 뿐만 아니라, 수업태도(적극성, 참을성, 창의성, 과제를 풀어내는 속도 등등)에 관한 내용도 적혀있었다.

상담 중에는 이미 생각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지, 어떤 학교가 신우에게 잘 맞을지에 대해 선생님과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는 신우가 문과계열보다는 이과계열에 훨씬 더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MINT-EC Schule 인증을 받은 두 학교에 진학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선생님께서도 아이와 부모가 지망하는 학교에 각각 MINT-EC Schule를 적어주셨다. MINT-EC 학교는 문과 계열보다 이과 계열에 초점을 둔 학교로 실험을 위한 시설, AG(방과후활동), 수업시간, 과학경진대회 참가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독일의 교육인증이다. 독일 전역에 MINT-EC학교는 약 330개 정도 된다. 물론 일반 학교에서도 이과 과목을 들을 수 있지만, MINT 학교에서 수업외에 더 심도있게 다룰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대로 문과적 성향이 강한 아이에게는 지겨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과계열이 강한 학교에서는 과학보다는 다양한 언어 과목이 있으니 아이가 문과적 성향이 강하면 이런 학교를 찾아보는게 부모의 몫이 아닐까.(물론 문과가 강한 학교에서도 수학-과학을 무리없이 배울 수 있고, 반대로 이과가 강한 학교에서도 여러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다시 이과 계열학교 이야기로 돌아와서... 슈투트가르트 시내에는 MINT-EC 학교가 두 곳있는데, 하나는 Fridrich-Eugens-Gymnasium(FEG)Königin-Olga-Stift Gymnasium(KOST)이다. 우리가 느끼는 두 학교의 차이점은 이중언어 교육여부와 학교 규모이다. FEG는 다임러 그룹의 창업주 첫째아들이 졸업한 학교로 슈투트가르트의 뿌리깊은 역사를 가진 명문학교다. 규모도 크고, 평이 좋다. 그래서 4학년 부모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학교다. 반면 KOST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FEG에 비하면 역사가 짧고 학교 규모도 FEG보다 작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에서 영어-독일어 이중언어 과정을 가장 먼저 시작한 학교이고, 지원할 때 Halbjahreszeugnis(최근 성적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학교 인원을 뽑는데 성적을 보겠다는 뜻이다. 작년 Abitur(독일식 수능)에서 독일 전체 3등을 한 아이가 이 학교 출신이기도 하다.(그게 우리 아이와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와이프와 나는 신우를 이 두 학교 중 하나로 보낼 생각인데, 이제부터 눈치게임이다. 학생은 총 3지망까지 학교를 써낼 수 있다. 어느 학교를 쓰든 1지망인 A학교를 써서 단번에 붙으면 걱정거리가 없겠지만 떨어지는 경우에는 사실 어디 학교로 배정될지 아무도 모른다. FEG를 1지망으로 쓰고, KOST를 2지망에 넣으면 1지망에 떨어졌을 때 2지망이 불확실하다. 반대로 KOST를 1지망에 쓰고, FEG를 2지망으로 쓰면 1지망에서 정원이 다 차는 FEG 지원이 의미없게된다. 이러면 양자택일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둘 다 떨어지면 그냥 자리 비는 김나지움으로 가야한다.

아이가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줄 수 있어야 할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