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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두번째 공모전이 끝났다. 일주일 후에 모형을 제출해야 하지만, 어쨌든 계획안은 내 손을 떠났으니 거의 끝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입사 두달만에 벌써 두 개의 공모전에 참여한 셈인데, 꽤나 빡센 일정이었다. 이번 글도 역시나 신랄한 비판이 담겨진 글이 될 것 같다. 이쯤되면 회사 뒷담화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하나... 싶다.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 난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정말.

이번 프로젝트는 처음해보는 수영장 설계라 내심 기대가 컸다. 일반 건물과는 달리, 더 새로운 형태로 건물이 디자인 될 것 같은 기대감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공모전은 정말 1등을 하고 싶었다. 이게 나의 개인적인 목표였고, 팀의 목표라고... 처음엔... 생각한 적도있었다.

첫 일주일 동안은 공모요강 파악과 주최측으로 부터 받은 데이터들을 정리했다. 난 독일어 실력이 짧아, 글을 읽는 것조차 쉽진 않았다. 읽어야 할 글의 양은 물론이고, 모르는 단어들도 너무 많았다. 그래도 회의 때 뭐라도 이야기하려면, 공모요강부터 알아야하니 독해 공부한다는 셈치고 여러번 읽었다. 출근길, 퇴근길, 그리고 집에와서도 읽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내용을 파악했다.

대표 건축가와 팀장, 그리고 팀원들이 모두 참석한 첫번째 회의를 했다. 아마도 공모전을 시작한지 2주정도 지났을 때였을 것이다. 이미 작업기간의 반이 지난 상황이었다. 팀장에게 여러번 회의 요청을 했지만, 피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금쪽같은 시간이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갔다. 그 사이에 우리는 3D 데이터를 만들고, 스터디 모형도 만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어렵사리 열린 첫번째 회의에서 얻은 수확은 없었다. 팀장은 공모요강조차 파악하지 못한 듯 보였고, 질문하는 것마다 내용을 찾기 급급했다. 아주 난리부르스였다. 내용 조차 모르는데 무슨 회의를 할 수 있다는 건지...ㅜㅜ

"이번 공모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지?" 대표 건축가가 팀장에게 물어봤다.

"(공모요강을 정신없이 막 뒤지더니) 이번 공모전에서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이번 공모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수영장과 증축된 수영장의.... 어쩌고 저쩌고...." 팀장이 공모요강을 그대로 읽기 시작한다.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앵무새 처럼 소리내어 읽는다. 듣기 시험보는 줄 알았다. 

"그럼 주최측에서 주최측과 함께 질의응답하는 날짜는 언제지?"

"(아주 당당하게) 이미 지나갔어요."

텍스트와 그림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주최측에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자리다. 이 자리가 벌써 한달 전에 지나갔으니까... 이 공모전에 참여하는 다른 회사들은 적어도 한달 전에 이 프로젝트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지금은 이미 개략적인 디자인 형태와 방향이 확정되었을 시기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 주, 난 공모요강을 읽으면서 질의응답 날짜가 한달전에 지나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이 프로젝트가 승산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첫 번째 회의의 결과물은 달랑 이 스케치 한장. 앵무새 팀장이 읽은 것을 듣고, 대표 건축가가 아무 고민없이 그 자리에서 슥~ 휘갈긴 스케치다. 나보고는 컨셉을 스케치한 거라곤 하는데... 어떤 고민에서 나온 형태인지, 무엇을 위한 건축인지 전혀 이야기가 없었다. 그냥 툭하고 나온거다. 글쎄... 내가 볼 땐 거장 놀이였다. 아쉽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고민한 아이디어는 그의 거장놀이에 쉽게 던져졌다. 그래, 거장은 똥고집이 있어야지.

지난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마치고 후기를 남긴 것 처럼 이번에도 "설득력없는 일방적인 컨셉의 선정"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업무 방식이다.

아무래도 이들은 아무런 목표도 생각이 없다. Kein Konzept, Kiene Ahnung. 주어진 과제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때론 서로 감정이 상할 정도로 싸워가면서 만들어나가는게 컨셉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 합의된 아이디어는 팀원 모두가 공감을 하고, 팀원들의 또 다른 아이디어가 더 붙어서 비로소 설득력있는 설계안이 나온다. 이건 진리다. 정말. 정말. 정말!!!!!!!!!!!

안타깝지만 이들의 목표는 당선이 아니고, 그냥 최~~~선을 대해 제출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건 정말 바보같은 생각고, 프로답지 못한 생각이다. 쓰레기같은 아이디어로 설계된 건물을 열심히 설명해봤자 쓰레기 건물이고, 호박위에 초록색과 검은색을 그려봐야 호박이다.

하.... 이번 설계안도 첫 단추가 잘못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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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pa 2018.11.07 15:39 신고

    마음이 조금 심란하시겠네용. 독일에서 학교를 다녀본적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컨셉과 프로세스가 좀 약한거 같아요. 오히려 우리가 했던 프로세스나 컨셉들이 너무 땅이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어요.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도 문제지만 사람들도 한국처럼 너무 경쟁이 심한곳을 경험한것도 아니다보니 ㅋㅋㅋ 좀 나약해 보이긴해요 ㅋㅋ. 마음을 비우시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ㅋㅋ

    • BlogIcon 도이치아재 2018.11.09 06:05 신고

      그러게요. 이제 정말 좀 내려놔야겠어요. 괜히 이런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게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 조언감사드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