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은 쉬면 안 될까?
지난 부활절 휴가 동안, 첫째 신우와 함께 일주일에 세 번씩 꾸준히 달렸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했던 훈련은 2.2km를 천천히 달린 뒤, 얕은 오르막 50m를 10번 오르내리는 코스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생각보다 체력이 부쩍 좋아져서, 2.2km 중 첫 1km를 6분 초반대로 달릴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다음 훈련도 계획해두고 있었지만, 2주 만에 학교에 다시 가야 하는 날을 앞두고 신우가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아빠, 내일부터 학교 가는데 오늘 달리기는 쉬면 안 될까? 오늘은 푹 쉬고 싶어.”
“그래, 쉬자. 잘 쉬는 것도 달리기의 일부니까.”
그렇게 예정된 훈련 중 마지막 하루는 쉬기로 했다. 단 한 번, 그 하루만. 솔직히 말하면 그럴 때일수록 더 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직 시작도 전에 마음이 쉬고 싶다고 말한다면 억지로 달리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달리는 즐거움마저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 이후로 신우는 감기에 걸려 일주일째 쉬는 중이다. 다행히 열도 없고 기침도 심하진 않지만, 목이 부어 있는 상태다. 속으로는 '이럴 때일수록 가볍게라도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겉으로는 “아프면 쉬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 아내도 “목이 부으면 열이 날 수도 있으니 무리하지 말자”고 했다. 그 말이 맞다. 말은 안 했지만, 어쩌면 그 마지막 훈련을 마무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단 한 번의 선택이, 결국 일주일의 공백으로 이어졌으니까.
신우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아이가 “5분 30초로 달리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눴던 대화가 있다. 앞으로 훈련이 힘들어질 때가 분명 올 거라고, 특히 시작한 지 3일쯤, 그리고 2주쯤 지났을 때가 고비일 거라고 얘기했었다. 그때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겨낼 수 있어야 꾸준히 달릴 수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예상했던 그대로의 시점에서 신우는 지금 잠시 멈춰섰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생이란 게 결국 자신 외에는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법이니까, 강요는 의미 없다는 걸 안다.
이제는 아이 스스로 다시 “달리자”는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보려 한다. 체력이 올라오고 있었던 그때, 단 한 번의 느슨함이 가져온 결과를 몸으로 느끼게 되면, 다시 뛰기 시작했을 때 예전처럼 가볍지 않은 다리와 숨 가쁜 심장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그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경험이니까, 지금은 말없이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