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독일 잉골슈타트 검도 대회
안타깝게도 슈투트가르트 지역인 BW에는 검도 대회가 많이 열리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Württemberg주 Meisterschaft도 작년엔 열리지도 않았다. 김사범님, 조사범님의 조언대로 대회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지금 나의 검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데, 이 점은 정말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주 토요일 바이에른 주에 있는 잉골슈타트에 마침 대회가 하나 있어서 참여하고 왔다. 차로 두시간 반...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주변에 열리는 대회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한다.
토요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닝기적거리다 7시가 다 되어서 출발. 9시 30분쯤 대회장에 도착했다. 이번에 3회차를 맞는 이 대회는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유급자가 참여하는 대회였다. 규모가 크진 않았던 것 같다. 혼자 참여한 대회이기에 개인전은 어떻게 혼자 치른다고 해도, 단체전은 어찌해야 하나 몸을 풀며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 저 멀리서 낯익은 친구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지난 여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대회에서 마주친 스테판이라는 친구다. 그 대회에서 난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하는 고베를 마셨지만, 이 친구는 3위인가 했을거다. 실제로 맞붙은 적은 없지만, 자세가 좋고 성적도 괜찮게 내는 친구라 눈여겨 보고있던 친구였다. 지난 Lich대회에서는 반대로 이 친구는 떨어지고, 내가 우승을 했으니 서로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사이였다.
"우리팀에 한명이 부족한데, 혹시 팀 있어? 없으면 우리랑 같이 할래?"
"좋아!"
그렇게 급하게 팀이 결성되었다. 이날이 마침 이 친구의 생일이라, 팀이름은 "해피버스데이 스테판"으로 정하고 등록을 마쳤다. 총 3명이 한팀인데 나를 제외한 이 두 명은 바이에른주 대표 선수로 뛰고 있고, 이번 Deutsche Meistershaft(전국 독일 검도 대회)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경기는 개인전부터 시작됐다. 다섯번의 예선을 치르고 16강, 8강, 4강까지 무탈하게 올라갔다. 8강에서 만났던 상대는 2년전 Württemberg주 대회에서 만났던 상대였다. 그 땐 매우 거친 경기여서 찌르고, 때리고 난리였었다. 이번에 다시 해보니 그때보다는 내 실력이 더 많이 늘긴한 것 같다. 어렵지 않게 제압하고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우리 팀원인 줄리안이라는 키 크고, 젊은 친구였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끝에 아쉬운 심판 판정으로 패배하긴했지만, 그것도 경기의 일부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줄리안은 나에게 와서 그거 점수 아니라며 판정이 이상했다고 사과를 했다. 난 정말 괜찮았다. 잘못된 판정이라도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한건 나였으니까. 그렇게 개인전을 3등으로 마무리했다. 결승은 다른 씨드에서 올라온 우리팀 스테판과 나와 맞붙은 줄리안의 집안싸움이 벌어졌고, 줄리안이 우승했다. 어쩌다보니 우리 팀원 모두가 개인전 1등, 2등, 3등을 싹쓸이 해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개인전 1,2,3등이 뭉친 팀의 결과는 더 좋았다. 단 한번의 패배없이, 3명이 매 경기 득점을 두개씩 꽉꽉 채워가며 결승까지 올라갔다. 결승에서도 3전 3승으로 모두 이겨 어렵지 않게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다. 두 친구들 덕분에 재밌게 대회를 마칠 수 있었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스테판이라는 친구는 뮌헨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주분야가 건축/부동산 분쟁이란다. 우리 둘은 더 친해질 필요가 있어보인다 ㅎㅎㅎ
앞으로 또 대회장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