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때 즈음, 와이프로부터 카톡 음성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이어폰을 끼고 들어보니 신우였다.
"아빠, 나 Buchpräsentation 2점 받았어!"
한껏 상기된 목소리를 들으니, 기쁜 소식을 나에게도 빨리 전해주고 싶었나보다. 나도 신우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아와서 정말 기뻤다. 독일어 글쓰기에서 4점을 받고, 자신감이 무너져내렸던 모습... 그로 인해 프리젠테이션을 처음 준비할 때 더 걱정 가득했던 모습, 준비를 하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참 잘 이겨냈다고 대견하다고 말해주었다.
"아빠랑 엄마는 네가 2점을 받아온 것도 기쁘지만 그것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노력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받아온 네 모습이 너무 멋졌어. 한번 생각해봐. 네 친구들이 독일어 말고, 한국어로 발표한다고 하면... 2점 받는 게 쉬울까? 엄청 어려울꺼야. 그런데 신우가 그걸 해낸거야. 멋지지 않아?"
신우는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신우가 준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겨내고 받아온 점수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말해주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신우가 공부 뿐만아니라 어떤 것이든 '내가 잘 못해도 그냥 하면 되는구나'라는 걸 조금이나마 깨달았으면 좋겠다. 다시 독일어에 자신감이 붙은 신우를 보니 왜이리 뿌듯한지... 정말 잘했다.
아들! 인생은 그렇게 배워가는거야! 별거 없어. 100명 중 90명은 어려운 일을 맞이했을 때 중간에 포기한단다. 그저 포기만 하지 않아도 성공하는거야. 만약에 100명이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리면 네가 실제로 경쟁해야할 사람은 너를 뺀 99명이 아니고, 9명 뿐이란다. 그러니까 쫄 필요도 없어. 네가 꾸준히 하기만해도 90명은 알아서 포기하니까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포기만 하지말자. 아빠도 그렇게 할게.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는 해낸 너의 모습이 아빠에게도 귀감이 많이 되었단다. 아빠도 많이 배운다! 화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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