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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바쁜 일이 없으면 매일 오전 10시 즈음, 동료들과 테이블에 모여 커피타임을 갖는다. 그냥 잡담하는 시간인데 보통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를 하거나, 신문을 보면서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외노자인 나는 말하기보다 주로 열심히 듣고 리액션해주며 와이프가 싸준 샐러드를 먹는데... 오늘은 같이 신문을 넘기다가 챗GPT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평소 챗GPT 기술에 관심이 있던 나는 이 주제가 반가워서 말문을 먼저 틔었다.

"너희 Chat GPT 써봤어?"

거의 본능적으로 나온 질문이라... 질문을 하고도 괜시리 민망했다. 내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다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민망했고, 전혀 모르고 있는 미지근한 동료들의 반응에도 민망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이거 설마 나만 아는 건가? 싶었다. 챗 GPT 이야기를 꺼낸 나는 이상한 것에 관심갖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질문만하고 대화를 끝내기엔 더 어색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이거 써봤는데....블라블라... 어쨌든 졸라 신기해"
"Ach was? (진짜?)"

"응. 막 소설도 써달라면 써주고...블라블라"
"Ach was? (진짜?)"

"근데 더 신기한건, 블라블라블라"
"Ach was? (진짜?)"

리액션이 왜 그 딴식이야 ㅋㅋㅋ? 그래 관심없을 수 있지. 그렇게 챗GPT 대화는 매우 짧고 빠르게 끝이났다. 글쎄 조금만 더 과장하면 건축가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AI는 이미 글쓰기, 그림그리기 같은 창조적인 활동을 인간보다 잘 수행해낸다. 건축설계라고 그렇게 못할까? 한국에는 이미 건축법을 검토하고 건물의 체적까지 뽑아주는 인공지능이 이미 개발되었다.

"네 가족이 살 2층집을 독일 건축법에 어긋나지 않게 피터줌터 스타일로 보여줘."

이미 게임 끝났다고 본다. 이거 정말 현실이 될 것이다. 여기에 공사비 데이터, 하자에 대한 데이터, 공사기간에 대한 데이터까지 학습하게 된다면 건축가의 역할을 AI가 대체못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짧은 시간안에 마음에 드는 대안을 쏟아내는 AI가 나오면 고객은 그저 맘에 드는 설계안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그럼 건축가의 역량이나 역할도 바뀌게 되지 않을까. 이번주 Chat GPT 4버전이 발표된다고 한다. 3버전에 비해 훨씬 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버전이다.

당장 세상이 변하진 않겠지만 변화에 대한 준비는 해놓아야 10년 뒤에 밥그릇 뺐기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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