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슈카형 채널을 즐겨보는데, 이렇게 경제를 쉽고 재밌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싶다. 설령 한국의 어두운 면이라고 하더라도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지 않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슈카형 뿐인 것 같다. 몇 일전 "대한민국은 왜 행복하지 않은가"에 대한 영상이 올라왔다. 웃으면서 봤지만, 생각할 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상이었다. 시간이 되면 한번 쯤 시청해보시길.
영상나오는 각기 다른 국가의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업무생산성이 떨어지고, 그로인해 여가 시간이 없다. 또 사람들은 자식의 성공을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해 교육비에 많은 힘을 쏟으며, 그를 위해 여가를 포기하고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이 교육에 힘을 쏟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부에 대한 성공은 상대적이라 얼마 이상을 갖고 있으면 부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가 되어 잘벌고 있더라도 불행할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 내 연봉은 비슷한 연령의 다른 직군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만족이 되질 않았었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국가는 복지국가를 이룬 유럽이었다. 우리 가족 역시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찾아 독일에 왔고, 삶에 만족을 하며 사는 유럽인들을 볼 때 이 말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독일로 와서 많아진 여가시간은 삶에 여유를 주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해준다. 많지 않은 소득이라도 삶에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평일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하지 않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런 삶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번 저녁먹기도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국이든 유럽이든 돈 앞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득이 많지 않더라도 그 수준에서 만족하고, 아껴서 사는 독일인도 굉장히 많지만 돈 많은 독일인들은 그렇지 않다. 피아노며 과외며 아이들 교육에 더 많이 신경쓰고, 부동산 투자도 적극적이고, 해외 여행도 많이 간다. 부의 빈부격차를 따지자면 한국보다 독일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독일은 이미 신분상승을 위한 계층사다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성공을 위해 아둥바둥 사는 삶이라면, 독일은 부자는 부자대로 평민은 평민대로 그들만의 세계에서 만족하면서 삶이 아닐까? 평민은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고, 부자는 가난해 질 일이 없다. 왜냐하면 독일이라는 나라의 세법은 부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노동소득에 대한 세금은 많고, 자산에 대한 세금은 적으니 죽어라 일하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이미 많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돈을 불리기 쉬운 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눈 앞에 놓인 적당한 여유 덕분에 독일사회가 만족스럽기도 하면서, 때로는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사회틀 속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독일 사회는 나에게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어. 그러면 적당한 여유를 얻을 수 있어." 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요즘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면 진짜 자유를 누릴 수 있겠어?" 라고 반문하며 발악하고 있다. 글쎄 나이가 더 들면 생각도 좀 바뀌려나.
서두없이 글을 쓰다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글의 결론은... 뭐가 좋은 사회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로 대충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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