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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텔라와 독일어

category 독일생활기록/독일 일상 2022. 3. 16. 09:46

"툭툭툭 탁탁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 어느 오후. 햇살도 뉘엇뉘엇 지면서 따듯하게 비추고, 집중력도 슬슬 떨어질 시간.
얼마전 실습생으로 일하다가 졸업 후에 다시 회사로 들어온 독일인 동료가 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툭 던진다.

"빵에 누텔라 발라먹을 때, 누텔라만 발라먹어? 아니면 버터도 같이 발라먹어?"
"빵에 누텔라만 발라먹지. 버터까지 먹으려면 메써(Messer, 나이프) 두개나 써야한다구"
"ㅎㅎㅎㅎㅎㅎㅎ 그렇긴 하지"

그러더니 지나가는 다른 동료마다 또 물어보기 시작한다.
"누텔라 먹을 때, 버터도 같이 발라먹어?"

누구는 같이 발라먹기도 하고, 누구는 그냥 먹기도 한단다.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고 나서는... 뜬금없이 나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근데 누텔라는 Der 누텔라야, Die 누텔라야, Das 누텔라야? 내 생각은 Das 누텔라같은데 니 생각은 어때?"
"야, 그거 내가 독일어 말할 때마다 고민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또 지나가는 동료들마다 붙잡고, 누텔라가 Der, Die, Das 인지를 계속 물었다.
같은 독일인인데도 참 신기한게 성도 제각각으로 말하고 있었다.

"Der 누텔라 아니야? Die 누텔라 아니야? Das 누텔라 아니야?"

급기야 독일어 사전을 찾아보았고, 우리는 누텔라가 Der, Die, Das 모든 성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았다.

요즘 유난히 언어적인 한계에 매일 부딪히고 있는데, 독일인들도 잘 모르는 독일어를 머리에 싸매고 있다고 생각하니... 꼭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독일어. 정복이 되긴 하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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