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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첫 수술을 하다

category 독일생활기록/독일 일상 2021. 11. 11. 05:50

2년 전 쯤인가,,, 나를 괴롭혀온 발바닥 사마귀를 약을 사용해 떼어냈었는데... 언젠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재발했다. 사마귀라는 녀석,,, 정말 지독하게 생명력이 강하다. 사마귀가 유두종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데 코로나든 사마귀든 바이러스라는 말 자체가 이젠 지긋지긋하다 ㅎㅎㅎ

맨발로 검도 하면서 격하게 움직일 때와 애들 장난감을 잘못 밟았을 때(이때 정말 저 세상 고통...) 빼고는 크게 불편하거나 아픈 것은 없어서... 그냥 모른척하며 지내다보니 어느 덧 더 커진 녀석으로 다시 자리잡았다. 사실 수술까지는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와이프가 피부과에 다녀오더니 덜컥 내 사마귀 진료 예약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진료를 받고, 의사선생님이 물었다.

"수술로 떼어낼래, 아니면 약을 처방해줄까?"

약을 쳐발쳐발해도 재발이 되는 녀석이라면, 피를 보더라도 이번에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수술하겠다고 결정했다. 수술 테어민은 무려 3달뒤에 잡혔는데, 이것 참 정말 독일스럽다. 내 참...ㅋㅋㅋ 의사는 없고, 환자는 많은 독일이라지만 쬐그만 피부과에서 사마귀 하나 떼어내는데 무려 3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뉘 ㅠㅠㅠㅠㅠㅠ 그 3달뒤의 테어민이 바로 오늘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수술실로 입장했고, 거사를 치르는 것 마냥 양말을 예쁘게 벗어서 신발한켠에 놓아 두었다. 수술대 위에 올라간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간호사 누님이 사마귀 주변으로 마취주사를 한 5방 정도 찔렀고, 윽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방이면 끝인 줄 알았는데, 5방까지 놓다니....... 간호사 누님에게 배신감이 들 새도 없이 발바닥과 발가락이 서서히 마비가 되었다.

몇 분 후, 의사선생님이 들어와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레이저로 사마귀를 지지면서 제거하기 시작하셨다. 나는 엎드려있었기 때문에 수술과정은 지켜보질 못했지만, 수술시간은 5분도 안걸리는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작은 수술이었다. 괜히 겁먹었다. 집에 와서는 마취가 아직 덜 풀린 덕에 평소처럼 이리저리 걷고 다녔는데, 와이프가 온 바닥에 피 도장을 찍고 다니냐며 한소리했다. 그 이후로 누워서 다리들고 지혈에 힘쓰는 중이다. 수술 첫날이라 그런지 지혈이 됐어도, 조금만 걸으면 다시 피가 난다 ㅜㅜ

내 친구 사마귀야 이제 진짜 안녕. 다신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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