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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15. 이유식 만드는 날

category 독일생활기록/독일 일상 2020. 9. 3. 05:56

독일은 한국보다 아기 키우기가 여러모로 편하다. 마트나 DM에 가면 개월수별로 먹일 수 있는 이유식이 다양하고, 확실히 검증된 제품들이라서 거의 모든 부모들이 유리병에 든 이유식을 사먹인다. 따로 요리를 할 필요도, 무얼 먹일지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것뿐이랴. 애가 좀 커서 일반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치자. 밥먹을 시간이 되면, 여기는 그냥 빵집에 들러 1유로짜리 브레첼하나 쥐어주면 끝이다. 한국처럼 아이에게 매끼니마다 밥을 먹이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편한가?

저게 다... 이유식...

허나. 우리는 역시 한국인 아닌가. 독일에 살아도 한국인은 한국인이다. 나도 처음엔 둘째 이유식을 사먹일까 했었다. 만들어 먹이는 것보다 지출은 더 나가겠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데 이유식까지 만들려면 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우리 이유식 사먹일까?"
"뭐하러 사먹여. 이유식을 왜 먹이는지 알고 그러는거야?"

그렇다. 와이프는 이유식을 왜 먹여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여러 음식들을 아이에게 먹여보면서 특정 음식에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단다. 독일 마트에서 파는 이유식은 여러가지 재료들이 섞여있는 형태라서 그걸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게 와이프의 생각이었다. 육아고수의 향기가 솔솔 풍긴다.

와이프는 첫째 때도 이유식을 손수 만들어서 먹였다. 당시엔 이유식 마스터기도 쓰지 않았다. 믹서기로 갈면 영양분이 일부 파괴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인지 아기때부터 여러가지 음식을 제대로 맛본 첫째 아이는 여전히 가리는 음식없이(가끔 반찬투정하면 밉상이지만) 잘 먹고 잘 자랐다. 덕분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하나만큼 키가 더 크다.

와이프가 한마디 더 붙인다.

"생각해봐. 우리는 어떻게든 음식 맛있게 먹으려고 하면서, 애기한테는 밖에서 파는 이유식을 먹이자고? 난 못해"

흥. 고지식 하기는. 그래. 와이프... 그대 1등 엄마해라. 결국 우리는 이유식을 사 먹이는 대신 이유식 마스터기를 샀다. 첫째때는 안썼던 이유식 마스터기... 믹서기로 파괴되는 영양소 정도는 모른척 하기로 했다. 나도 와이프께 이유식 만드는 법을 전수받아 일주일에 두번씩 3일~4일치 이유식을 손수 만들고 있다. 조금 귀찮긴 해도, 둘째가 이유식을 진짜 너무 잘먹어서 만드는 보람이 있다.

잘부탁합니다. 이유식 마스터님.

오늘도 퇴근 후에 직접 이유식을 만들었다. 처음엔 우당탕탕 만들었는데, 이젠 제법 요령이 생겼다. 이번에도 잘 먹어줬으면 좋겠다.

재료준비 완료
이유식 완료. 끄읏.

첫째를 육아할 땐, 매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둘째 때는 매 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둘째 아이를 키웠던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정말이지 한톨의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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