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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을 굉장히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특별한 날이지만, 독일 사람들은 그 의미를 더더욱 부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애들 입학식엔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친인척들이 학교로 와서 축하해주기도 한다. 입학식 때는 예쁜 옷과 슐란젠(Schulanzen)이라고 부르는 책가방, 그리고 슐튀테(Schultüte)를 들고 학교에 간다. 긴 얘기는 생략하고 오늘은 슐란젠(Schulanzen)을 구매한 기념으로 개봉기(?) 비슷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아마 독일에서 몇 안되는 MUST HAVE 아이템 중 하나가 아닐까?

출처 : Schout.de

슐란젠의 시작은 19세기부터 시작되었고, 그 시작은 군인들의 배낭(군장)을 발전시킨 모양이었다고 한다. 지금 입학하는 아이들의 부모세대도 다 슐란젠을 매고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아이이라면 100% 슐란젠(Schulanzen)을 매고 학교에 가야한다. 보통은 책가방+스포츠가방(독일에서는 수영을 배우니까 필요하다)+필통+색연필통 등을 묶어서 산다. 학교생활에서 이 모든게 다 필요하다. 그러니까 책가방만 사는게 아니라, 셋트로 사야하는 것이다.  가방은 그 가격부터 어마어마하다. 브랜드 마다 다르지만, 셋트 가격은 대략 200유로~260유로 사이. 한화로 치면, 초등학생 애들 가방 하나 사주는데 30~40만원이 깨진다.

슐란젠을 만드는 유명 브랜드는 Scout, Ergobag, Step by Step, McNeill 등등이 있다. 지난 몇 십년전부터 한 5년전까지 Scout 라는 브랜드가 이 시장을 거의 독식했지만, 몇 년전부터는 Ergobag 이라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있다. 선택은 자유. 그런데 내눈에도 Ergobag이 제일 이쁘긴하다. 그리고 제일 비싸다. ㅋㅋㅋ

한국에서도 독일 브랜드를 해외직구로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한화로는 인터넷가 50만원선. 설마 이런 가방을 직구까지 해가며 한국에서 사는 부모는 없겠지..?

도대체 이게 뭐길래?

독일 부모들도 다들 비싸다, 비싸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구매를 해야하는 것이 바로 이 슐란젠(Schulanzen)이다. 명목상으로는 아이들의 성장과 안전에 특화된 가방이라는 것이 높은 가격의 이유이다. 실제로 일반 가방을 매고 학교에 갈 경우, 학교에서 슐란젠(Schulanzen)을 매고 오라는 경고(?)를 부모에게 날리기도 한다. 그럼 왜 슐란젠을 학교에서 권고를 할까?

첫째, 독일의 겨울은 해가 늦게 뜨고, 해가 빨리 져서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어두운 길을 뚫고가야 한다. 그래서 이 슐란젠에는 (안전조끼에나 있는) 빛 반사 딱지가 붙어있다. 어두운 아침에도 운전자들이 아이들을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다.
둘째, 아이들 키가 클수록 그에 맞춰서 등받이라던가, 허리받이 등을 조절할 수 있어서 아이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등받이 부분의 만듦새가 꽤 견고하다.
셋째, 환경보호를 위해서다. 슐란젠(Schulanzen)의 재질은 페트병을 녹여만든 천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다시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세가지 이유를 쓰고보니, 우리 부모님이 내가 초등학교 입학 때 사주신 책가방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때와 지금 독일을 비교해보자면... 우리 부모님은 마치 아들을 빛 반사 딱지 없이 어두운 무법천지의 길로 다니게했고, 성장 따위는 전혀 관심도 없었으며, 재활용 조차 안되는 죠다쉬 가방을 사주셨었다 ㅋㅋㅋ

마스크끼고 쇼핑하시는 중

뭐... 다 좋다. 아이들의 성장과 안전을 생각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슐란젠(Schulanzen) 시장이 점점 비싸진다는 것과 할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면 이 가방을 사야만하는데, 이를 이용한 배짱장사가 아닌가 싶다. 대충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슐란젠(Schulanzen) 구입시기는 사람마다 다른데, 입학을 1년 앞두고 사기도 하고 보통 2~3월 즈음에 구매를 해 놓는 것 같다. 9월이 입학시즌임을 감안한다면 6~7개월 일찍 사놓는 편이다. 2~3월 슐란젠(Schulanzen)박람회가 열리기도 한다. 입학일보다 몇 개월 더 빨리 사놓는 이유는 아이들이 가방을 보고, 빨리 학교에 가고싶다는 마음을 들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는 조금 늦게 6월 중순에 샀다. 그냥 입학전에만 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입학이 다가오면 물건이 거의 다 빠져서 맘에 드는 디자인을 못고를 수도 있단다. 그래서 월요일이 되자마자 헐레벌떡 백화점에 다녀왔다.

처음엔 인터넷으로 살까했지만 아이가 직접 눈으로 보고, 매고, 고르고, 사서 들고오는 순간들이 의미있을 것 같아 현장구매를 감행(?)했다. 다행히 코로나로 장사가 잘 안되는지 운좋게 백화점 전체가 할인행사 중이라 25유로정도 할인 받았다. 아싸.

가방은 손으로 들어봤을 때 묵직했다. 가방 무게만해도 1.1kg이 나간다고 하는데, 이 쪼그만 아이가 과연 징징거리지 않고 잘 들고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다 ㅎㅎㅎ

Ergobag의 Pack 모델
Ergobag의 Cubo모델

Ergobag은 크게 Pack, Cubo, Cubo Light로 나뉜다. Pack은 일반 백팩처럼 겉안감이 말랑한 형태의 디자인이고, Cubo와 Cubo Light는 거북이 등껍질 처럼 딱딱하게 디자인 되어있다. 우리는 Pack을 선택했다. Cubo는 저학년일 때 매고 다닐 때 정말 귀엽고 이쁜 디자인이고, Pack은 저학년부터 고학년 때까지도 무난히 쓸만한 디자인처럼 보였다. 아이도 말랑한 걸 더 선호해서 Pack으로 선택하였다.

슐란젠 세트(책가방+스포츠가방+색연필통+필통+플라스틱 파일 = 정가 250유로 ㅜㅠ)
Ergobag Pack 전면
Ergobag Pack 측면
Ergobag Pack 후면
후면, 키에 따라 가방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후면의 등껍질을 하나 벗겨내면, 이렇게 키에 따라서 가방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자석으로 된 전면 잠금 장치

잠금 장치는 자석으로 되어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들이 가방 고를 때, 저 자석 잠금장치가 신기했는지... 떼었다 붙였다를 무한반복했다ㅋㅋㅋ.

가방 뚜껑을 열면,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적는 곳이 있다.
내부 수납공간
도시락통과 물병을 위한 전면 공간

독일에서는 학교에 간식과 물병을 챙겨간다. 위 사진은 간식통과 물병이 들어가는 공간인데, 내부는 방수처리가 되어있어서 혹시나 물이 새도 안에 있는 책이 젖지 않도록 디자인 되어있다.

친환경 가방 표기

앞서 설명한대로, 패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환경보호를 할 수 있는 천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가방의 가격은 또 상승 ^^

자켓을 걸 수 있도록 되어있다

독일의 변화무쌍한 봄과 가을에 바람막이 같은 자켓을 입을 일이 많다. 자켓을 안입을 때는 저렇게 가방에 걸어서 수납되어지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꽤나 디테일한 아이디어 인 것 같다.

책가방 밑면

책가방 밑면은 이렇게 잘 세워질 수 있도록 평평하게 되어있다. 덕분에 가방이 혼자서 잘 서 있는다. ㅋㅋㅋ

전, 후면에 부착되어있는 빛 반사 딱지

가방 전면과 후면에는 빛 반사 딱지가 곳곳에 있어서 어두운 길에서도 눈에 잘 띄게 만들어졌다.

스포츠 가방 전면

스포츠 가방 또한 빛 반사 딱지가 붙어있고, 크기는 책가방보다 훨씬 작다. 수납은 두 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젖지 않은 옷가지를 넣는 곳과 또 다른 하나는 젖은 옷가지를 넣는 곳이다. 독일에서는 수영이 정규 수업인터라, 이 스포츠 가방이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젖은 옷가지를 넣는 수납공간
방수처리된 수납 공간

젖은 옷가지를 넣는 수납공간은 방수처리가 되어있어, 마른 옷가지가 젖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스포츠 가방과 책가방의 합체

놀랍게도 스포츠 가방과 책가방은 서로 합체(?)시킬 수 있다. 스포츠 가방의 버클을 책가방에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는데, 이걸 보면서 참 독일스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굳이 이렇게까지... ㅜㅜ

전체적으로 가방에 뭐가 많이 장착되어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방 가격 자체가 비싸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슐란젠(Schulranzen)을 사야만 하는 것이지만, 한국이었다면 그냥 가벼운 가방을 사주지 않았을까... 나도 와이프도 그냥 좐스포츠나 이스트팩 매고 학교 건강히 잘 다녔는데... 이 슐란젠은 오바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다 :) 

그럼 끝.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D뚠뚠D 2020.06.18 07:05 신고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슐란젠 진짜 오버스럽네요 ㅋㅋ

  2. 2020.06.18 10:08

    비싸게 살만한 가방이군... 가방에 수납 공간이 있다는게 맘에드네 굿^^

  3. 2020.06.18 20:5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도이치아재 2020.06.19 06:08 신고

      ㅎㅎㅎㅎ 어서 사주세요 ㅎㅎㅎㅎ 어느 도시에 계신지 모르겠지만 혹, 같은 동네 사신다면 똑같은 가방메고 사진이라도 찍어주는건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