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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특이하면서도, 전통적인 직업 중 하나가 바로 굴뚝청소부라고 한다. 오늘은 일년에 한번, 굴뚝청소부 Schornsteinfeger(숀슈타인페거)가 오는 날이었다. 우리 보눙은 더 이상 굴뚝으로 난방을 하지 않고, 가스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난방기(Heizung)에서 가스가 새지는 않은지, 잘 작동되고 있는지 등을 검사한다. 올해로 벌써 3번째 굴뚝청소부 아저씨와 만났다.

독일의 굴뚝청소부

우리 집은 100년이 넘은 알테보눙인데다가, 난방기(Heizung)도 구식이지만 사용하는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겨울에 빨래 말리기 좋다ㅎㅎㅎ. 허나! 이 난방기에 대한 첫 시련이 오고야 말았으니... 올 봄 쯔음, 가스회사에서 가스계량기를 새것으로 교체해주면서 벌어졌다. 가스계량기 교체를 위해, 우리 집 모든 하이쭝의 불씨를 끄고 잠시 가스를 차단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구식 난방기가 작동하는 원리는 난방기 내의 불씨(화염)과 가스의 양을 조절해 전체 온도를 조절하는 아날로그 식 방식이다. 다시 말해, 불씨가 (어떤 이유에서든) 꺼지면 다시 불을 붙여야만 난방이 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다시 불을 붙이는 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 그냥 스위치 돌리면 켜지는 그런 2020 시대 난방기가 아닌 것이다 ㅜㅜ (이런 이유로 난방기 내부의 불씨는 여름에도 꺼지지 않는다. 불씨가 꺼지지 않게 미량의 가스만 흘려보낼 뿐이다)

계량기 교체가 끝난 후, 난방기 사용설명서 대로 불을 붙이려 무진장 애를 썼다. 하지만 가스 냄새만 새어나올 뿐 불씨 붙여지지 않았다. 근데 무리한 불붙이기로 많은 가스가 새어나왔는지... 갑자기 펑! 하는 소리에 내 가슴이 콩알만해졌다. 둘째를 아기띠에 맨채였는데 혹시나 큰일이나 났을까봐, 진짜 쫄았다. 아마. 독일 살면서 가장 크게 쫄았던 것 같다. 그 때 깨달았다.

'아, 이건 내 업무영역을 벗어낫구나ㅋㅋㅋ'

그래서 오늘 방문한 굴뚝청소부 아저씨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하하하하하...

"아저씨, 에너지 회사에서 계량기를 교체했는데 그 후로 난방기가 작동을 안해요."
"걔네가 이거 난방기 다시 안켜주고 갔어?"
"그런거 안해줬는데... 원래 에너지 회사에서 켜주고 가요?"
"그럼~ 거기까지가 걔네 일인데, 당연하지"

에너지 회사에서 계량기만 바꿔주고 냅다 튄거였다.

"계량기 바꾸고 바로 틀면 잘 되는데, 안틀어놓으면 가스관에 공기가 차서 잘 안돼. 이런 못된 녀석들."
"왜... 왜... 그랬을까요. 젠장"
"이 녀석들은 항상 이런 식이야. 젠장! 해가갈수록 더 심해진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해엔 아저씨말을 하나도 못알아 들었는데, 이제는 농담따먹기도 어느정도 된다.

낡은 하이쭝에 라이터로 다시 불을 지피시는 중...

아저씨께서 하이쭝을 분해하시고는, 화염이 붙어야 할 자리에 라이터를 불을 직접 지피신다. 여기서 아저씨께서 빡치셨다.

"젠장할! 라이터가 안들어가네! 젠장! 걔네는 왜 지들이 할일 안하는거야, 도대체!?"

옆에서 쓱 보니... 불씨를 붙여야할 자리까지 라이터가 닿지 않아 빡치신 것이었다. 내가 할 역할은 빡치신 아저씨를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아저씨, 잠시만요. 제 생각엔 이 주둥이가 긴 라이터면 잘 붙을 것 같은데요?"

주둥이가 긴 라이터


"오호.(급화색) 고마워요"

주둥이가 긴 라이터 덕분에 흥분된 아저씨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참...ㅋㅋㅋㅋ

그렇게 집 안의 모든 하이쭝에 무사히 불을 붙이셨다. 다행히 모든 하이쭝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아저씨의 임무를 수행하실 수 있게 되셨다. 아저씨는 불이 붙은 하이쭝을 검사하시고, 가스 검사를 하셨다. 모든건 정상이었다.

아저씨가 가지고온 가스 검사기

아저씨께서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셨다. 중국산 푸른색 덴탈 마스크가 까매지고 헤지도록 쓰고 계셨다. 고마움의 표시로 우리 갖고 있는 순백의 한국산 KF94 마스크 두장을 감사의 선물로 드렸다. 이 아저씨 아니었으면 아마도... 하우스테크니커를 불러서 추가 돈을 줘야했을지도...모른다. ㅜㅜ 

어쨌든 펑! 소리와 함께 콩알만해졌던 내 가슴은 다시 원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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