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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신우의 감기가 2주 동안이나 지속됐다. 처음 일주일은 목감기로 콜록콜록하더니, 그 다음 일주일은 코를 훌쩍이는 코감기로 고생했다. 다행히 이 기간동안에 열이 없어서, 잘 지나가나 싶었다. 그러는 사이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한 지난 주 토요일, 첫째 아이 신우도 열이나고 말았다.

토요일 오전까지는 지난 2주간 그래왔던 것 처럼 코만 조금 훌쩍일 뿐,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보통의 토요일은 오전에 태권도를 다녀와서 점심을 먹은 후,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서 놀다오는 것이 보통의 일상이다. 그런데 오전 태권도가 끝난 후, 아이가 말했다.

"힘이 없어서 오늘은 도서관 못갈 것 같아."

태권도를 너무 열심히 해서 힘이 없나... 싶었다. 그런데 집에와서 점심을 먹고나니 아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온몸이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온도를 재니 38도를 넘어 39도를 향했다. 머지않아 39도를 넘어 열은 40도를 향해 치솟기 시작했다. 왠만해선 해열제를 먹이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지만, 40도는 정말 고열이라... 이쯤에서 해열제를 하나 먹였다. 조금 괜찮아졌나보다. 주말이니 유튜브를 보여달라고 한다. 유튜브를 보려는 의지 하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우린 주말에만 유튜브를 보여준다.) 그렇게 유튜브를 보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시름시름 앓고, 또 열이 더 올라가지 않도록 해열제를 먹이고, 또 유튜브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가 반복되었다.

유튜브에 대한 녀석의 열정...

이쯤되면 부모는 밤을 샐 준비를 해야한다.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아이의 열은 여전히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바지를 벗기고, 해열제의 약기운과 차가운 물수건으로 아이 온도를 더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둘째 신아가 덩달아 울어재끼는 건 추가 과제였다.

일요일에도 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온도계에 찍히는 온도는 39.8도가 평균이었고, 40.2도가 제일 높은 온도였다. 아무래도 해열제를 계속 5-6시간마다 먹이는 건, 열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해열제를 중단시키고, 차가운 얼음을 수건으로 싸서 아이 몸에 대어주고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기고 한번 씩 물에 적신 수건으로 아이 몸을 닦아주었다. 이 날은 아이에게 유튜브대신, 대신 잠을 자게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냉정하게 "잠이 않오면 눈이라도 감고있으라"고 말했다.

일요일 저녁이 되었다. 신우가 열이 난지 꼭 하루를 채웠다. 슬슬 우리 부부도 열이 안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신우의 열이 조금씩 떨어졌다. 해열제를 먹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39도에서 1도나 떨어졌다. 그래도 열이 있는 상태였지만, 아이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는 모습이었고 잠도 잘 잤다.

그 다음 월요일, 아이보다 먼저 일어나 거실에 나와 유치원에 전화했다. 참 전화하기 껄끄러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끄러운데... 유치원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인 신우가 열이나서 못간다고 하면, 괜히 일이 크게 벌어질까봐서였다. 그래도 전화는 해야하기에 전화기를 들어 평소보다 아이의 상태를 자세히 말했다.

"신우가 지난 주말에 열이 있어서 오늘과 내일까지는 집에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그렇군요. 안그래도 지금 다른 아이들과 부모님들까지 아프다는 분들이 많아요. 오늘까지 지켜보고 열이 계속 있으면 병원에 꼭 가보세요."

신우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열로 못온다고 한 모양인가 보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가 유치원에서 돌았으면 최소한 코로나 바이러스 걸렸다는 오해는 안받을 것 같아서였다. 에휴. 그런데 몇 분 뒤 다른 선생님께 전화가 와서 신우가 어떤 지 자세한 증상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썩 기분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치원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걱정말라고, 일반 감기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거실문이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들 녀석이 언제아팠냐는 듯 뛰어 들어왔다. 평소처럼 개구진 표정과 쉬지 않는 입술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온도를 재보니, 36도였다. 싹 다 나은 것이다. 지금은 옆에서 소리를 지르며, 주말동안 못본 유튜브를 열심히 보고 있다.

어쩌다 아픈 것도 눈치를 보아야 하나? ㅜㅜ 이럴 때 아프지 말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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