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엘턴겔트 신청 서류때문에 회사에 들렀다가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방문하기 전, 인사업무를 보는 동료가 오늘 근무하는지 아침에 먼저 회사에 전화를 했다.
"Guten Morgen 구텐모겐, XXX 설계사무소입니다."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회사 인사업무를 보는 동료였다.
"Hallo, Lange nicht gesehen. 오랫동안 못봤네. 나 도이치아재야~ 잘지냈어?"
"오~ 도이치아재~ 그럼 잘 지냈지. 와이프와 아기는 모두 잘 있어?"
전화로 약간의 스몰토크를 하고, 본론을 말했다.
"킨더겔트 서류 때문에 그러는데 내가 조금 이따가 잠깐 회사에 들를 수 있을까?"
"그럼! 와도 되고 말고~! 음, 이메일로 보내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데... 그냥 오는게 좋을 것 같아. 너의 크리스마스 선물도 줘야하고 말이야."
엥. 왠 선물?
그렇다. 12월 중순부터 회사에 나가지 않고 있었으니 깜빡한 것이 있다. 우리 회사는 매년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기 전, 2박 3일로 Winterexkusion(말하자면 MT)를 간다. 한 해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그럴싸한 곳에서 좋은 음식도 먹고, 스키도 타고, 선물도 나눠준다. 올해 나는 둘째 출산으로 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내가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내 선물도 덩그러니 회사 어딘가에 남겨져있었던 것이다. 서류 하나 처리하러 갔다가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아오게 되었다. 하하.
생각하지도 못한 이북이 생겼다. 근처 도서관에서 보고싶은 책을 맘대로 빌릴 수 있어서 이게 큰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독일어나 영어로 된 소설책이나 하나 사서 볼까 싶다. 이북을 처음 써보는 거라, 이거 뭐 어떻게 쓰는 지 사용법부터 공부해야한다. ㅜㅜ 잠깐 검색해보니, 킨들이북은 한글책 보는 게 뭐 이리 복잡한지... 프로그램을 세개나 깔아서 옮겨야 한다! 또 이게 엄밀히 따지고 보면 합법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그냥 어학용으로 쓰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렇게 또 회사에서 선물까지 잘 보관(?)해 두었다가 건네주니, 그 동안 나와 맞지 않는 팀장과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살짝 덮어놓을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 역시 난 물질의 노예인 것인가. 그들이 나에게 들이민 것이... (채찍이 아닌)당근이라는 것에 이리 기뻐한단 말인가. 흠. ㅎㅎ
육아때문에 책읽을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열심히 독서하는 2020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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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복지가 좋네욧 킨들이라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