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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이 예정일이었기 때문에, 26일 마리엔 종합병원에서 태동검사와 내진을 받고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27일 오전에 출혈이 있어 와이프가 마리엔 종합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자리가 없으니 다른 병원에 연락해보라고 했단다. 설명회 때 내가 들었던 것 하고 달라서, 어이가 없어 다시 내가 병원에 전화해 재차 확인했다.

"방금 전화한 Frau Lee 남편인데요. 지금 자리가 없다고요?"
"네. 지금 환자가 꽉찼어요. Anna 클리닉이나 로버트 보쉬 병원에 전화해보세요. Tut mir leid."

아니... 마리엔 종합병원에서 출산하려고 동선까지 다 파악놨는데, 자리가 없다고 다른 병원에 가라니... 이런 한국같지 않은 병원 시스템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출산 병원에 연락할 수 밖에. 크리스마스부터 새해로 이어지는 휴가 때문이었을까... 뭐든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썩 내키지 않았던 로버트 보쉬 종합병원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금 와이프가 출혈(출혈)이 있어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라, 어제 마리엔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출산할 자리가 없데요. 지금 급하게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있어요. 방문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지금 오세요."

태동검사 받는 와이프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로버트 보쉬 종합병원이 갑자기 구세주로 떠올랐다. 27일 오전, 로버트 보쉬 종합병원에서 다시 한번 검진을 받았다. 고마워요. 보쉬.

"자궁문은 1cm 열렸고, 출혈이 있는 건 산모가 기침을 할 때마다(감기걸린 상태였음) 아이가 자궁을 건드려 발생하는 것 같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아이와 산모에겐 영향없으니 걱정마세요."

검진 내내 너~무 친절한 설명을 해줘서 와이프는 살짝 감동을 받았다. 천천히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고, 아이 초음파 검사도 정말 많은 부분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이런 한국같은 친절한 검진은 처음이었다. 사랑해요. 보쉬.

그 날 저녁 8시 쯤, 진통이 서서히 시작되었고 출혈도 갈색에서 확실한 붉은색으로 변했다. 첫째 때만큼의 강한 진통은 아니었지만, 15분 간격으로 진통이 왔다. 와이프도 나도 이게 가진통인건지, 진진통인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진통은 약한데, 규칙적으로 진통이 오니 더 모호했다. 초산이 아닌지라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으면 늦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걱정되어 먼저 병원에 전화를 했다.

"지금 1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고 있고 출혈도 갈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했어요. 병원에 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산모가 초산인가요? 경산인가요?"
"경산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직 15분 간격이면 조금 더 기다려야해요. 진통이 많이 심한가요?"
"아니요. 진통은 막 심하진 않아요. 참을만 한 것 같아요."
"일단 집에 계시고, 진통이 더 심해지거나 진통 간격이 5분정도로 줄어들면 다시 전화해주세요."

이상하게 진통은 많이 심해지지 않았으나 간격이 5분으로 줄어, 전화를 한 후 새벽 1시에 병원에 가서 태동검사와 내진을 했다. 초산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잘 몰랐다면, 둘째 때는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될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자궁이 아직 1cm~2cm 정도 밖에 안열렸어요.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주저하지 말고 또 오세요."

크리스마스 휴가인데다가 주말이었는데도, 주저하지 말고 오라는 말에 고맙고 안심이 되었다. 새벽 2시 정도에 집으로 돌아온 후, 와이프는 진통으로 잠을 잘 못잤다. 출산때문에 독일로 오신 장모님께서 새벽내내 와이프와 함께 진통을 겪으셨다.

28일 오전 7시, 와이프의 진통이 더더더 심해져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 후, 바로 검진 받지 않고 와이프와 병원 근처에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한 후 태동검사와 내진을 한번 더 받았다. 자궁수축으로 인한 진통이 6-7분 간격으로 왔지만 아직도 자궁문은 여전히 1-2cm로 더디게 열렸다. 진료 후에 병원 헤바메가 입원을 할 건지, 집으로 다시 갔다가 올건지 물어봤다.

"집에 아들이 있어서 조용히 있기 힘들어. 먼저 입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럼 먼저 입원하고, 식사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잘 먹어야 해요."

입원 후, 진통을 견디고 있는 와이프... 너무 마음이 아팠다.

병실을 먼저 배정받고, 그곳에서 진통을 감내하기로 했다. 그때부턴 와이프와 나 둘이서 이 극악의 고통을 함께 감내해 나가야 했다.

둘째 보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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