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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69. 인터넷이 안되요!

category 독일생활기록/독일 일상 2019. 12. 18. 00:58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띠리링 전화가 울린다. 와이프였다. '빨리 집으로 갈께' 라는 말을 하려고 전화를 받으니, 아들이었다.

출처 : SBS

"아빠, 집에 인터넷이 고장났어요. 빨리와서 고쳐주세요. 1분안에 오세요!"

아들의 귀엽고 다급한 전화에 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도착하니 정말 인터넷이 안됐다. 라우터는 작동이 잘되는데, 문제는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인터넷 회선 자체가 잡히지 않았다. 순간, 얼마전 이사 나간 이웃집이 인터넷을 끊으면서... 혹시 우리 인터넷 선로도 같이 건드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바로 인터넷 회사(본인은 텔레콤을 쓰고있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자동응답 녹음기가 작동이 되며 나에게 물었다.

"어떤 문제인지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관련부서로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예를들어 계약 문제, 인터넷 고장문제, 블라블라 기타 다른문제를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말해야 이 녀석이 알아들을테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깔끔한 독일어 발음으로 말했다. 차라리 한국처럼 숫자판을 누르라고 하면 더 편할텐데... 어쩔 수 없이 자동응답기에 대고 말했다.

"인터넷 고장!"

뭔 이런 시스템이 다있나 싶기도 했는데... 신기하게도, 관련 담당자와 연결이 되어 증상들을 설명했다.

"라우터에 불은 어떤 게 들어오나요?"
"전원에 불 들어와있고요, 링크 램프에 깜빡깜빡 불이 들어오네요."
"혹시 뭐 변경하신거 있나요?"
"아니요. 건드린게 없는데 왜 안되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Techniker가 저희 집에 잠깐 방문할 수 있나요? 라우터가 고장난게 아니라, 제 생각에 저희집에 들어오는 신호자체가 안 들어와요."
"일단은 잠시만요. 제가 여기서 신호 넣어볼께요. 아! 신호가 안들어가네요. 제 생각엔 DSL 케이블(라우터와 인터넷 선로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문제인 것 같네요. 새로운 걸 사셔서 갈아끼워 보세요. 그럼 해결 될겁니다."
"(미심쩍었지만) 그런가요... 음...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번째 전화연결이 끝나자마자 DSL 케이블을 사러 근처 Mediamarkt에 다녀왔다. 10유로나 주고 새로운 케이블을 사서 갈아보았다. 음, 예상대로 케이블 문제는 아니었다.

다음 날,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열려라 참깨를 외치는 것 처럼 자동응답기에 "인터넷 고장!"을 외치니 담당자와 연결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신기한 시스템이다. ㅋㅋㅋㅋ

"무슨 일로 전화주셨나요?"
"(주저리.... 중략.... 주저리) 어제 케이블 사라고 해서, 새로 바꿨는데 역시 작동하지 않아요. Techniker가 한번 와서 봐야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테크니커가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언제 시간 되시죠?"
"다음주는 계속 집에 있으니, 언제든 됩니다. 언제 방문해주실 수 있나요?"
"음...보자... 다음 주 화요일 오전 8시~12시 사이에 방문드릴 수 있겠네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화요일에 뵐게요"

덕분에 인터넷을 일주일 동안 쓰질 못했다. 그런데 이 느릿느릿 독일 시스템에 나도 적응이 됐나보다. 와이프도 나도 아무렇지 않다. 한국 같았으면 당일이나 그 다음 날 바로 설치기사가 방문했을텐데, 일주일만에 테크니커가 오는 것도 빠른거라며 오히려 기뻤다. 약속시간은 또 8시~12시 사이에 온다니, 오전을 통째로 기다리라는 말인데... 이것 또한 '독일이 그렇지 뭐...' 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출처 : Telekom, DE

드디어 기다리던 Techniker가 오고, 우리 집 건물 인터넷 회선을 체크하더니 뭘 만진다. 그리곤 이내 말했다.
"이제 될 겁니다."
"뭐가 문제였나요?"
"누가 회선을 차단해놨네요. 그것만 다시 올려놨어요."

역시 예상대로 이웃집이 인터넷을 해지하고 이사나가면서 우리집 회선까지 내린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걸 누가 건드릴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어쨌든 지난 일주일 인터넷없이 생활했는데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와이프와 따듯한 차와 함께 이야기도 많이 해서 여유로웠던 일주일이었다.

음... 그래도 역시... 인터넷 없이는 못 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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