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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검도장은 도장이라는 개념보다는 어떤 동아리 모임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일주일에 많아야 3번정도 운동을 한다. 나는 오늘로써 3번째 검도장을 방문하였다.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야근을 하긴 했지만, 트레이닝 시작시간이 8시라서 참여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와이프의 너그러운 아량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와이프의 은혜를 잊지말자.

"오빠, 둘째 나오면 자주 못갈테니까 그전에라도 자주 가~ 흐흐흐..."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바로 도장으로 향했다. 지난 주 금요일보다 사람들이 거의 두배는 많았던 것 같다. 지난 수요일, 오랜만에 호구를 착용하고 운동을 했었는데... 아주 죽다 살아났다. 정말 몇 년만에 이렇게 온몸에 힘이 빠지고, 숨쉬기가 힘든 적이 없었다. 등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은 겨우겨우 꼴딱꼴딱 넘어갔다.

'그래, 이게 바로 검도지...!'

그 날은 백발의 독일인 할머니 사범님께서 운동을 가르쳐주셨는데, 운동이 끝난 후 거의 반 쯤 죽어있는 나를 보며 물었다.

"지금 뭐가 인생에서 제일 힘드나?"
"오늘 했던 검도가 제일 힘드네요 ㅎㅎㅎ"
"하하하하하. 다음에 또 봅세!"

검도라는 운동은 평생운동이라, 이렇게 백발의 사범님과 함께하면 검도 뿐만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배우는 것 같아 참 좋다. 어쨌든 오늘은 지난 수요일보다는 훨씬 체력적으로 괜찮았다. 기본기 연습을 한 후, 돌아가면서 시합연습을 했다. 사람을 죽도로 때리는 운동이다 보니, 예의를 갖춰서 시합연습을 하는 것이 기본중에 기본이다. 그리고 검도계에는 예전부터 전해내려오는 꼰대스런 문장이 있다.

"2단 이하 찌름 금지!"

찌름이라는 기술은 머리나 손목, 그리고 허리를 타격하는 것이 아닌 목부위를 죽도 끝으로 찌르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검도 기술로, 그냥 사용하는 게 아니다. 유튜브에서 보는 것 처럼 그리 간단하지도 않다. 찌름은 상대의 빈틈이 도저히 보이지 않을 때... 그 때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기술이다. 만약 이 기술이 빗나가면 실제로 목에 죽도가 훅 들어와서 부상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연습 때는 되도록이면 상대에게 잘 사용하지 않는다. 또 어설픈 찌름 기술을 받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야구의 빈볼처럼, 화가나고 열이 받는다. 더군다나 초면인 사람에게 찌름을 받으면 더더욱.

검도의 찌름 기술

그렇다고 난 2단이하의 사람들이 찌름을 하지 말라는 데에는 반대한다. 연습하면 2단이하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오지게 연습을 많이 해야해서 그렇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 처음 나와 칼을 맞댄 독일인이 나에게 찌름을 시전하셨다. 아마도 나보다 연장자였던 것 같은데, 굉장히 어설픈 찌름이었다. 나의 중단세는 빈틈이 많아서 굳이 찌름이 아니어도 공격을 들어올 여지가 많았을 텐데... 찌름의 타이밍도 전혀 아니었고, 그렇다고 목부위를 찔렀다기 보다는 가슴에 죽도가 꽂히고 말았다. 유튜브로 보고, 연습없이 그냥 나에게 찌름을 한 느낌이었다.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은... 

'내가 이곳에서 자기와 칼을 처음 맞대니, 기 죽이기 정도로 이 기술을 시전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받은 건 갚아줘야지!

그 때 이후로 난 평상심(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그러면 안되지만...), 타격대를 세워놓은 것 마냥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역허리, 퇴격허리, 퇴격머리, 연타 등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검도 기술을 총 동원해서 죽도로 때렸다. 마구.

이 정도의 빠른 연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시합처럼 죽어라 타격을 시전함.

지금은 살이찌고, 나이도 먹었지만... 그래도 나름 대학교에서 검도동아리 주장까지 했던 몸이다. 방학 때면, 고등학교 검도선수들과 합숙까지 해가며 훈련하고, 토하며 했던 게 검도다. 체력은 딸릴지언정, 기술은 몸이 기억한다.

'잘 걸렸다. 요놈!'

그렇게 그와의 한판이 끝났고, 운동 시간도 마쳤다. 자칫 기분나쁠 뻔 했지만, 운동이 끝나자마자 나에게로 찾아와 인사를 하고, 이름도 얘기하며 오늘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평상심을 유지하는 건데.... ㅜㅜ 그렇게 웃는 얼굴로 잘가라는 인사를 했다... ㅜㅜ 괜히 속좁은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어쨌든 오늘도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오늘 검도에 참여한 친구들의 이름을 외우는 중인데... 오늘은 파비안, 안드레안, 유리, 토마스, 시몬, 프랑크 라는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친구 한명이 있는데 나중에 다시 이름을 물어봐야겠다. 오늘도 참 재밌었다. 다음엔 평상심을 갖고, 운동해야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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