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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독일에 산지 2년이 지났다. 다른 것들은 벌써 익숙해졌는데, 언어만큼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여기에 뼈를 묻는다면 아마 뼈를 묻을 때까지 독일어는 진행중이지...싶다.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타지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언어라고 말할 것이다. 나만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라, 아이도 함께 받는다.

아이가 독일유치원을 등원하기 시작할 때, 유치원 선생님도 어린이병원 선생님도 또 주변 사람들도 이렇게 말했다.

"걱정마세요. 애들은 언어 금방늘어요."

당시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이것 또한 하나의 선입견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언어습득은 어른보다 확실히 빨리, 자연스럽게 느는 것 같긴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내가 (혹은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빨리 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해나가는 과정에는 아이의 성격, 언어에 대한 관심, 주변환경 등 여러가지 결정적인 변수들이 존재해서 습득하는 과정 또한 제각각이다.

애들은 금방배운다는 그 진리같은 말을 우리 부부도 믿었었다. 이따금 아이의 입에서 독일어가 터져나올 때면, 역시 언어는 금방는다고 감탄하기도 했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가 다른 말을 쓰는 환경을 적응해 나가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겠지만, 지금까지 대견하게도 잘해온 것 같다. 우리 부부가 보기엔 이렇게도 자랑스러운 아이인데 전문가들이 보기엔 조금 부족한가보다.

"유치원을 보낸지 8개월이나 됐는데, 독일어가 많이 부족하네요..."

학교를 들어갈 때 검사하는 의사선생님이 작년에 했던 말이다. 그 이후로 우리아이는 Logopädie Theraphie(언어치료) 과정을 대략 반년정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일주일에 1-2번씩 언어치료사를 방문해서 1시간씩 1대1로 독일어를 놀이형태로 배우고 있다. 우리 부부는 이 과정을 무엇이 잘못되어서 받는 치료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면서 배우는 독일어 과외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아이의 독일어 수준이 궁금하기 보다, 스트레스없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언어를 접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얼마전 받아본 진행과정이 적힌 서류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평균이하의 독일어를 사용한다고 써있었다. 이런 코멘트에 신경을 안쓸거라고 다짐했건만, 막상 이런 글귀가 적힌 서류를 받아드니 마음이 썩 편하진 않다.

Logopädie Theraphie : 언어치료 과정

"얘는 한국어가 모국어인데, 어떻게 독일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비해 평균이하라고 비교를 하는거야."

당시에 와이프와 나는 답답함이 목까지 차올랐다. 우리 아이가 독일어를 현지인처럼 사용하진 않지만, 그래도 정말 꾸준히 늘고 있는데 그런 점을 몰라주는게 너무 안타까웠다. 두 언어를 동시에 습득 하는 것은 당연히 오래걸릴 수 밖에 없는것 아닌가?

우리의 이런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했는지, 아이를 검사했던 의사선생님과 유치원 사이에 연락이 있었나보다. 유치원 선생님이 아침에 이것과 관련해서 대해 먼저 상담요청을 했고... 조금 더 신경써서, 그리고 유심히 아이를 관찰하겠다고 이야기해주어 너무 고마웠다. 새롭게 바뀐 유치원 담임선생님도 이탈리아분이셔서 아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또 성격이 어떤지 세심히 관찰하시는 것 같다. 이것 덕분인지, 기분탓인지 요즘들어 부쩍 독일어로 노래하고, 말하는 시간이 늘었다.

요즘엔 잠자기 전에도 낱말카드를 이용해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독일어를 말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말을 잊어가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되는 요즘이다.

하하. 어쨌든 이 글의 결론은 독일어는 애나 어른이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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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구코 2019.08.22 05:42

    방금 글 남겼던 구텐탁 코리아 인데요, 일상을 적은 글들이 너무 좋네요. 구텐탁 코리아에 블로그 기능이 있는데요, 거기에도 글을 같이 올려주시면 정말로 좋을 것 같아요..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것이 구코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실 때, 독일 생활 기록 블로그 링크도 올리시고, 소개하셔도 아무 문제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