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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주 즈음 흘렀을까. 팀장이 나를 불렀다.

"우리 프로젝트를 새롭게 하니까, 해당 대지(땅)을 좀 보고올까?"
"그래, 좋아."
"그럼 오후 2시에 거기에서 직접 만나자. 난 일이있어서 일보고 그쪽으로 바로갈께."

마감이 2주 남은 상황에서 대지를 보고오자는 팀장의 말에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또 머리를 스쳤지만, 그래도 보고오는게 안보는 것 보단 나아서 일단 동의를 했다.

대지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차로 약 30분정도 떨어진 튀빙겐에 위치한 학교 대지였다. 회사 업무다 보니, 회사차량을 끌고 약속한 시간에 팀장과 만나 대지를 주욱 둘러보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리곤 회사로 복귀하는 길. 아차. 사고가 났다.

점심을 못먹었던 터라, 회사 근처 마트에 들러 샌드위치라도 하나 사먹을까해서 들렀던 마트였다. 마트에 들어가기전에 사먹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한 후,

'그래, 밥은 먹고해야지' 라며 들어갔던 마트였는데... 사고가 날 줄이야... 흑흑.

사고경위는 이렇다. 마트로 들어갔는데 주차장이 모두 꽉 차있어서 그냥 나가려고 천천히 후진하던 중... 독일 할머니가 끌고가던 전기자전거와 콩 하고 부딪혔다. 큰 사고는 아니고, 정말 아주 아주 아주 경미한 사고였다. 회사차량의 뒷범퍼에 스크래치가 났고, 할머니의 전기자전거에는 아주 살짝... 페인트칠이 벗겨졌다.

저기 흰색 스크래치가 자전거와 부딪힌 상처이고, 나머지 기스는 원래 있었던 상처다.

"쿵!"
"(얼른 내려)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뒤를 못봤네요."
"(격양된 목소리로) 아니, 왜 후진하는데 뒤를 안봐요?! 왜 뒤를 안봐!?"

분명히 확인했는데 어디서 튀어나온건지 참...-_-

"다친데는 없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뒤를 왜 안봐요!? 여기여기 기스났네. 아이고."
"여기 제 신분증하고, 운전면허증이에요. 제 정보를 적어가시고, 제 번호는... 이거니까 일단 챙기시구요..."
"이거 어떻게해요 이거? 이거 다시 칠해야 되잖아요?"

경찰을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작은 사고였지만, 당황한 상태에서 독일어 공격이 훅훅 들어오니 아주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럼 제가 보상을 해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얼마정도면 페인트칠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니 뭐, 200유로 정도 보상하면 될 것 같아요."

엥. 200유로. 자전거 페인트칠 하는데 200유로라고 했다. 그때 알았다. 날 호구로 보고있다는 걸. 이 할머님은 내가 자전거를 스스로 정비하고 타시는 걸 모르시니... 뭐 그럴만도 했다. 사실, 한 50유로 불렀으면 그냥 50유로 주고, 회사에 스스로 처리했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200유로는 너무 높게 부르셨다. (자전거보다 자동차 기스가 훨씬 큰데...이거 원...) 그래도 다행히 200유로 라는 단어를 들으니, 이내 정신이 들었다.

"아, 200유로요? 근데 어쩌죠. 이 차량이 회사차량이라서 먼저 사장님께 이야기 해야할 것 같아요."
"내 생각엔 지금 그냥 지불하는게 좋을꺼 같은데. 내가 시간도 없고, 응?"
"(시간이 없는데 왜 지금 지불하라고 하는건지...음...) 이 사고가 제가 겪는 처음 사고고, 제가 독일어도 잘 못해서 사장님께 먼저 이야기할게요. 당연히 회사에서 보험을 들어놨으니, 그렇게 처리가 될 것 같아요."
"내가 시간이 없는데..."

하시더니, 그대로 그렇게 회사 전화번호와 내 정보를 가지고 가버리셨다. 회사에 복귀 후,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고 사진을 보여줬다. 아주 간단하게 담당자는...

"보험처리 하면되지! 그러려고 보험드는 건데!"

그 다음날, 파트너 사장님이 내 자리로 오더니...

"Choi ! 어제 사고났다며? 사고 날 수 있지.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허허허허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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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6.22 15:00

    비밀댓글입니다

  2. Dorothy 2019.06.28 21:21

    식겁했네요.제가 다 땀이 나는데. ㅎㅎ

  3. Jay 2019.07.02 05:38

    후 많이 놀라셨을꺼 같습니다... 별 일이 아니더라도 갑자기 독일어로 말걸면 당황스러운데.. 사고가 난 상태면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 BlogIcon 도이치아재 2019.07.02 16:03 신고

      네. ㅎㅎ 저도 놀라고, 할머니도 놀라고, 회사도 놀라고ㅋㅋㅋ 모두 놀랬죠.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ㅎㅎ 다음부턴 당황하지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