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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풍경을 받아들이는 방법"


도시는 생명체와 같다. 도시의 중심가는 심장이고, 도로는 그 심장과 연결된 핏줄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았을 때, 건물 하나하나는 신체 기관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00. 들어가는 글


인간은 아프면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한다. 그리고 나서 몸이 정상으로 돌아 오려면 몇 시간 혹은 수 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원 상태로 돌아오는 기간(이하 회복기) 동안 부주의는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건 바로 회복기, 즉 익숙한 상태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01. 익숙해 질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지어지는 거의 모든 건물은 공사가 시작되는 순간, 가림막으로 사방이 가려진다. 아무리 꾸미고 색칠을 해 보아도 시야가 막힌 가림막이다.

"공사할 때 소음이 너무 커요." 혹은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요" 같은 불만으로 건물이 가려지는 순간, 우리는 새로이 만들어 지는 그 건물에 익숙해 질 시간을 잃는 것이다.

과거 명동이 그랬고 지금의 홍대가 그렇듯, 우리는 가끔 빠르게 변하는 거리에 놀란다. 새롭게 바뀐 풍경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긍정적인 건지, 부정적인 건지 객관적인 자료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의 기호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가지고 굳이 판단하자면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허물어진 건물과 함께 그곳의 기억마저 허물어 졌기 때문이다.

이별을 할 때, 서로를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곧 허물어질 건물이라도 그곳에 깃든 기억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몇 개월에 걸쳐 허물고, 새롭게 지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앞으로 변할 도시 풍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02. 과정을 함께 하는 것


이 곳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건물과 익숙해 질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는 슈투트가르트21(이하 S21)이라는 거대한 도시계획 스케일의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S21은 현재의 중앙역을 지하화하여, 슈투트가르트를 유럽의 교통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여곡절 끝에 S21을 실행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여전히 이 계획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아마도 개발로 인해 파괴될 수 밖에 없는 자연환경과 중앙역이라는 장소에 대한 기억의 상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공사는 진행되고 있고, 슈투트가르트 시는 이 공사 현장을 100% 공개 해 놓았다. 이 개발을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을 모두 어루만질 수 있는 명쾌한 답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칠 때 마다 새롭게 변할 도시 풍경에 익숙해질 기회를 갖는 것이다.

"오늘부터 저 건물들을 철거 하는 구나."
"어? 원래 있던 건물이 다 철거됐구나"
"오늘은 땅을 파고, 기둥을 박는 구나"

임시로 가려진 가림막 사이로 작은 창문이 군데군데 뚫려 있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개방된 공사장을 관찰 할 수 있다.

지혜롭게도 시 당국은 공사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고, 시민들은 공사 시작부터 완공까지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기존에 간직했던 기억을 천천히 정리하며, 새롭게 바뀔 풍경을 기대할 것이다.

진심으로 이들의 건축 문화가 부럽다.(오늘도 '부럽다' 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럼 또 다른 포스팅으로 찾아뵐께요! Bis bald!

여러분의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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