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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1.가로등이 만드는 도시 풍경

by 도이치아재 2017. 9. 2.

"가로등이 만드는 도시 풍경"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도시를 내려다보면 환하게 밝혀진 도시를 볼 수 있다. 특히 하늘에서 본 서울의 야경은 내가 본 것 중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멋진 밤 풍경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도시 시설이 있으니, 바로 가로등이다. 우리 개개인에게 큰 의미가 없는 가로등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로등은 우리에게 아주 의미 있는 존재이다.

출처 : http://lcj1120.egloos.com/11189610


01. 길 위 가로등의 역할

간단하다. 가로등은 깜깜한 밤에 길을 비춰줄 수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 공공재(모두의 소유)의 역할을 다 한다. 고마운 가로등 덕분에 밤에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런데 이 가로등이 하는 다른 역할도 있다. 가끔은 누군가의 화장실, 누군가의 자전거 보관소, 누군가의 쓰레기장이 된다. 어쩌면 가로등이 길을 비춰주는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우리 일상의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처 : 대구일보

뒷골목에 들어갔을 때 가로등 옆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있는 아저씨, 혹은 묶여있는 낡은 자전거, 혹은 쌓여있는 봉지 쓰레기들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뒷골목 풍경이다. 한 줄기 노오란 빛아래 묶여있는 낡은 자전거가 감성적으로 그려질진 모르지만, 과연 이런 풍경이 아름다운가? 이런 풍경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의 풍경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02. 가로막는 가로등

가로등은 아주 넓은 도로가 아닌 이상, 인도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다. 신도시를 제외하면 넓지 않은 인도가 많다. 특히 오래된 구도심이나, 서울 강북의 길들이 그렇다. 그 좁은 인도에 가로등까지 설치하니 걷는 것 자체가 곤욕스러운 곳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차도를 좁히고 인도를 넓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인도에 맞닿아있는 건물을 뒤로 밀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안 그래도 좁은 길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쌓아 놓고, 자전거를 묶어두니... 좁은 길이 더 좁아진다. 가로등처럼 인도 위에 곧게 뻗은 전봇대, 가로수,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길을 가로막아 서기 시작한다.

출처 : http://lovepoem.tistory.com/463



03. 대롱대롱 가로등이 만들어 놓은 도시 풍경

이곳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한 후, 도로 위에 매달린 가로등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와이어로 연결해 가로등을 매다는 가로등은 지금 이곳의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누군가의 화장실이나 쓰레기 장이 될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는 가로등이다. 또 커다란 쇳덩이로 만든 가로등을 큰 트럭에 실어와 크레인으로 힘겹게 설치할 필요도 없다. 와이어와 전선, 가로등만 있으면 간단히 설치가 끝난다. 다만 와이어를 고정시킬 건물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것만 해결 된다면 아주 명쾌한 해결 방법인 것 같다.

슈투트가르트의 대롱대롱 가로등

가로등 하나만 인도에서 떼어내면 좀 더 걸을 수 있는, 걷는 게 즐거운 도시가 된다. 더 이상 인도 위 장애물을 주시하면서 걸을 필요가 없다. 그저 주변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것을 즐기면 된다.

대롱대롱 가로등이 밝혀주는 밤

걷는 것이 즐겁다는 것은 도시가 매력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가로등은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어쩌면 가로등은 우리 도시 풍경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가로등에 쓰레기를 놓거나, 자전거를 묶어두지 말자. 길거리를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가로등은 철야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