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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2017.06.13. 에 작성되었습니다.

 

비가오고 흐리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오전부터 침실 천창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었다.

 

 

일주일 전부터 동물원 가자고 니누와 약속했었다.
그런데 일주일 내내 비가 올줄은 몰랐다.
지긋지긋 비가 그치고 드디어 햇빛이 쨍쨍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침일찍 나갈 채비를 마쳤다.

 

* 그걸 해봐야 아니 ; 17km 자전거 라이딩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Wildpark 까지는 17km.

1. 버스로 가면 돌아돌아 2시간 반이 걸린다.
2. 자동차로 가면 직진해서 20분이 걸린다.
3. 기차로는 갈 방법이 없다.
4. 자전거로는 57분이 걸린다.(google map 기준)

버스는 너무 오래걸리고,
자동차는 렌트할 방법이 없고,
기차는 답이 없고,
그럼 자전거인가?

자전거로 가볼까? 하다가 정말 갔다.

 


시작을 하지 말걸...
꼭 그걸 몸으로 해봐야 깨닫는 이 미련함이란...
와이프야 미안해.

 


 * 그래도 힘내서 달려보자

 

 

17km의 라이딩은 한시간 반이 걸렸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빌려준 자전거는 기어가 없다.
(버튼이 있긴한데, 고장나서 그냥 기어가 없다고 보면된다.)
라이딩하고 30분은 좋았다.
"아, 자연과 함께 하는 라이딩이란..." 하면서 말이다.
그 후 1시간 동안은 똑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지겨운 라이딩이었다.
햇빛이 쨍쨍한데도 내 뒤에서 춥다고 징징대는 니누덕분에
그래도 심심하진 않았다.


 

* 처음와본 Wildpark ; 진짜 와일드 하군.


 

좋게말하면 자연상태 그대로다.
나쁘게 말하면 관리를 뭐 따로 안하는 느낌이다.
근데 늑대사진은 왜 곳곳에 걸어놓은 건지모르겠다.
늑대가 있다는 것 같은데, 숲이 너무 와일드해서
찾아볼 수가 없다.

 

* 눈치 없다 ; 어? 왜 우리밖에 없지?


니누가 엄청 큰 퐁퐁에서 처음본 애들과 뛰어놀았다.

그 주변으로 아이들 할머니, 엄마, 아빠가 쭈욱 둘러 앉아있다.
어느 순간 되니, 다들 사라지고 우리만 남았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뭐 마침 배도 고프기 시작했고, 우리집 찡찡이가 배고프다고 난리를 치는 중이었다.
뭐라도 먹을 참에 야외매점에서 커리부어스트와 감자튀김을 시켰다.

 

 

아주 조용하고 단촐하게 우리가족 점심식사를 마쳤다.

점심식사를 마치고나니, 갑자기 사람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어왔다.
이 사람들이... 왜 단체행동을 하나 싶었다.
알고보니 12시에 조류show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온거다.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한가로이 점심이나 먹고 있었던 거다.
점심 먹고 쭉~ 한바퀴 돌아오니 니누가 골아떨어졌다.
이때다싶어 와이프와 맥주를 마셨다. 또 생각없이 맥주마시고 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에이시언 챙기다고 매점 할머니가 브로셔를 하나 갔다주었다.

독일말로 "3시에 조류show가 있으니 가봐, 장소는 저기야"
음,,,신기하게 알아들었다.

* 적극적인 자세 ; 질문하고 답하기


3시에 할머니 말대로 조류show를 보러갔다.
가족단위로 많이 앉아있었다.
앞줄에는 독일 초등학교 정도되는 애들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이 친구들, 떠들지도 않고 조련사가 하는 말을 경청한다.

 

 

조련사가 모두에게 질문을 하면 이 친구들 너도나도 손을 든다.
그리고 조련사가 지목을 하면 한 친구가 대답을 한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3-4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한결같은 적극적인 태도에 적잖이 놀랐다.

* 화를 부르다 ; 니누의 찡찡거림


니누는 조류show를 보는 내내 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찡.

"니누는 새 만지고 싶은데 찡찡"라고 니누의 찡찡거림은 시작됐다.
"가서 만져봐. 만져도 된데"
"찡찡찡, 만지기 싫은데 찡찡"
"만지고 싶다면서? 만지고 싶지 않으면 만지지않아도 돼."
"찡찡찡, 니누 만지고 싶은데 찡찡"

이 아들아,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계속 말도 안되는걸로 찡찡거리더니,
조류show가 끝나고 돌아가는길에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며 또 찡찡거렸다.
아이스크림에 대한 찡찡거림은 결국.

불난집에 부채질을 했다.
"엄!마!가!찡!찡!대!지!말!랬!지!혼!난!다!진!짜!다!신!안!온!다!?"
화난 경상도 사투리에 니누는 맥없이 당했다.
그리곤 울음을 터트렸다.

아마 나도 그 상황에서 당했다면 울었을 것 같다.

* 새로운 약속 ; 30분이내만 자전거 타기


돌아오는 길, 앞으로 펼쳐질 시간이 고난의 시작인 것을 우린 알고 있었다.
그리곤 약속을 했다.
30분 이내 거리만 자전거로 타자.
그렇게 약속하고 우린 꾸역꾸역 집까지 왔다.
허벅지가 아팠고, 몸도 천근만근.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하면 앞에 3단 뒤에 8단되는 자전거로 꼭 살꺼다)

 

 

간만에 자전거로 의도치 않은 살도 빼고, 자연도 보고, 동물도 보고,
자전거 타고 갈때마다 뒤에서 들리는 니누의 끊임없는 찡찡거림도 받아보고.

인내심을 늘릴 수 있었던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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