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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꽤나 겁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치과'는 어렸을 때부터 한결같이 쭉~ 가기 싫었다. 왜? 무서우니까! 그런데 나와는 반대로 와이프는 용감하다. 와이프는 독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모든 치과진료를 받고 나왔다. 언제 아플지 모를 사랑니까지도 모두 깔끔히 제거했다. 대단하다. 정말.

내 오른쪽 아래 사랑니는 지금 편하게 누워있다. 그것도 10년 넘게 누워있다. 치과가기 싫어서 아파도 안 아픈척, 불편해도 안 불편한 척하며 지낸지 벌써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젠 정말 이 녀석을 빼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아팠다 안아팠다 하는 이 지긋지긋한 녀석! 이번 기회에 영원히 안녕하는 걸로 결정했다.

이 녀석 때문에 독일에 살기 시작한 후로도 꽤나 많이 고생했다. 정말 안되겠다 싶어 치과를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사랑니를 빼러 갔는데, 뜬금없이 잇몸이 좋지 않다며 잇몸치료를 먼저 진행하고 잇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사랑니를 뽑자고 했다. 그래서 방문한 첫 날, 사랑니가 아닌 스케일링과 잇몸치료를 받았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분명 사랑니를 뽑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ㅜㅜ)

그 때 당시 난 테스트다프(독일어시험)을 한창 준비중이었다. 치과진료를 하게 되면, 치과가는 날엔 공부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공부를 못하니까ㅜㅜ) 또 사랑니까지 뽑게 되면, 몇 일 정도 잘 먹지도 못하고, 아파서 시험공부에 집중도 못할거라는 생각으로 진료를 미뤘다. 시험이 얼마남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하루이틀만 참으면 또 괜찮아지는 게 사랑니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를 미룬 결정적인 이유는 진료비 때문이었다. 당시 내가 들었던 보험은 가장 싼 사보험이었다. 이 보험으로는 내 진료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물론 사랑니 발치에 대한 치료비는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진료에 대해선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아픈데 돈 걱정이 우선이었다.(여긴 보험없이 없으면, 진료비가 참 비싸다...) 

아니나 다를까, 사랑니 발치 전 스케일링+간단한 잇몸치료+엑스레이+진료비용으로 400유로 가까운 비용이 청구가 되었다. 이 진료를 5-6번이나 더 해야 했었다....ㅜㅜ 이 청구서를 받아드니, 손이 발발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릿속 계산기가 작동한다. 400유로=월세의 절반, 400유로=한달 생활비+식비, 400유로=레고랜드 5번 갔다올 수 있는 교통비, 400유로=어학원 한달 비용, 400유로=외식 8번....

내가 왜 치과진료를 받으러 갔을까...라는 후회와 함께... 이 금쪽같은 돈을 지불했고, 보험처리도 되지 않았다.ㅜㅜ 그리고 그 이후론 치과에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공보험회사에 알아보니, 사랑니는 물론 잇몸질환까지도 모두 보험회사가 부담을 한다고 해서 당장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 진료를 다녀왔다. 사랑니 발치는 2주 후에 하기로 했고, 그 동안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정도만 파악했다. 돈도 지불하지 않았고, 청구서 얘기도 없었다.

이렇게 사보험과 공보험은 차이가 많이 난다. 돈 때문에 아프다고 미련하게 참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참 많이 감사하다. 또 하나 문득 느낀게 있다면 독일어가 이전보다 좀 더 많이 늘었다. 첫번째로 치과를 방문했을 때, 의사선생님 말씀을 거의 못 알아 들었었다. 당시 독일어 C1수업을 듣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거의 다 알아들었던 것 같다. 전화로 진료 약속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의사 쌤의 가벼운 농담, 그리고 어떻게 진료가 진행될 것인지, 오늘은 어떤 진료를 할 것인지, 내 증상이 지금 어떤지 물어보는 질문 등등... 나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독일어가 쬐금 늘긴 늘었나 보다. 그래도 아직 한참 멀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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