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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함이 사그라 들지 않는다. 독일은 이번 주 목요일(2018년 11월 1일)이 휴일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징검다리 휴일로 목, 금, 토, 일을 쉬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내가 다니는 회사의 내가 속해있는 팀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정말 울분이 터졌다. 이게 싫어서 독일로 온건데 휴일에 또 일을 하고 있으니, 멘탈이 살짝 나갈 뻔했다.

"도대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지?"

유럽의 회사들도 한국만큼은 아니라도...야근을 하고, 주말에 출근을 하기도 한다. 업무강도는 확실히 한국에 비해 약하다. 그래서 휴일에 출근하는 건... 그래... 미리 고지만 해준다면 이해할 수 있다. 회사 일에는 일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건축설계는 업무특성상 이런 경우가 다른 업계보다 허다하기 때문에 100% 이해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러면 안됐다. 우리 팀의 팀장은 그러면 안됐다. 얼마전에 회사의 파트너로 승진까지 된 사람이 이 정도의 능력밖에 안되면 어쩌란 말인지... 혼자 결정할 능력도, 스케줄 관리에 대한 능력도, 디자인 능력도, 그렇다고 똑똑하지도 않다... 그 어느 것 하나 갖춰진게 없다. 이번에도 팀장이 스케줄 관리를 아주 말아서 드시는 바람에 이번 주 휴일출근 3번을 포함해서 총 4번이나 휴일에 출근했다.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가?

오늘은 일요일이었지만, 박살나 버린 일정 때문에 팀원 K와 출근해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띠링 띠링" 오후 2시에 회사로 전화가 왔다.

"오후 2시 반 쯤 잠시 들를께~" 그리고 그녀는 3시에 도착했다. 도저히 독일인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시간개념을 탑재한 그녀가 바로 우리 팀장이다. 하... 한숨만 나온다. 그녀는 오자마자 지적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도면의 선이 조금 두꺼운데, 조금 얇게 하고... 조금 흐리게 하고... 검정색 선을 조금 찐한 회색으로 바꾸고... 아. 그리고 이 다이어그램은 내가 볼 때 잘 못됐어, 수정을 좀 해야겠네. 좀 바꾸면 어떨까?"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빡쳤다. 당신이 결정해야할 건 도면 선 두께가 아니고... 일정과 우리 프로젝트의 방향이었다고!! 그리고 지금 이걸 건드리면 제출은 커녕, 마감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도대체 정말 생각이 있는건지... 주말에 출근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 지는 집에 있다가 오후 3시가 되서야 나타나선 지적질이나 하고 있다니... 정말...정말... 화가나서 짜증섞인 말투로 못하는 독일어를 마구 뱉었다. "너 공모요강 잘 읽어봤어? 공모 요강 좀 읽어보라구. 여기에 이렇게 나와있어. 니 말은 틀렸어. 말도 안돼. 그리고 지금 이걸 고치라고 하면 어떻게 해?"

고분고분 일만하고, 못알아듣는 말엔 웃음으로 때우던 아시아인이 몰아붙이니 당황한 티가 확났다. 글쎄... 나도 모르게 순간 화가 터졌고,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팀장은 "오케이. 나 잠시 내 자리에 좀 갔다올께." 라며 자리를 뜬 후, 5분 쯤 지나 과자 한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Choi 니 말이 맞네. 그리고 너희 휴일에 많이 출근해서 정말 고생많았고, 고마워." 그렇게 어색했던 분위기가 다시 좋아질 찰라... 한 마디 더 했다. "근데 나 내일 회사에 없으니까, 서류들 잘 챙겨서 제출해." 아... 또 화가...ㅜㅜ 그러니까 모든 책임과 일은 우리에게 넘기고, 자신은 빠지시겠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팀장은 2살배기 아이가 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잘 안다. 나도 육아를 해봐서,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도 그녀는 팀장이기에 더 더욱 그녀의 일정에 맞춰서 프로젝트가 움직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나와 팀원 K는 반대를 했다. 팀원 K는 10월부터 개인 사정으로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할 수 있는데다가... 팀장 또한 육아로 3-4일만 출근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 마감까지는 너무 빠듯했다. 또 프로젝트 규모는 너무 컸다. 우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책임지지 못할 멍청한 선택을 한 건 그녀였다.

어쩌면 그녀는 이곳 독일에서 육아와 일, 모두 균형잡힌 삶을 살고있는지 모르겠다. 육아로 일주일에 3일밖에 출근하지 않으니, 당연히 그렇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그녀가 싼 똥에 우리 팀만 죽어나고 있다. 그녀 덕에 우리의 Work and Balance는 전부 무너졌다.

이게 한국에서는 미쳐 보지 못한 독일의 민낯이 아닐까 싶다. 아오. 열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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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현실적낭만주의자 2018.11.05 09:36 신고

    헐.... 한국이랑 비슷하네요.. 계약서에 휴일은 명시되지않았나요?! ㅜㅜ 고생이 많으시네요 ㅜㅜ 저도 도이치아재님 같은 이유들 때문에 독일에 가서 일하고싶었던건데ㅜㅜㅜ 확깨는군요ㅜㅜㅜ

    • BlogIcon 도이치아재 2018.11.07 05:52 신고

      계약서에 당연히 명기되어있어요. 초과근무에 대한 내용도 있고요 :) 저...ㅋㅋㅋ 잘못걸린 거 같아요 ㅎㅎㅎ 아무래도 ㅋㅋㅋ

  2. 2018.11.05 10:48

    비밀댓글입니다

  3. BlogIcon 엄마건축가 2018.11.06 06:01 신고

    독일도 회사 바이 회사, 사람 바이 사람... ㅠㅠ 고생 많으세요 도이치아재님... 제가 처음 인턴했던 독일 회사도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만큼 공모전 하는 한 달 동안 매 주 주말출근... 마지막엔 일요일도 출근... 그리고 앞장서서 그 회사 욕하고 다닌다는... ♫♬♪♬보존법칙은 독일에서도 통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