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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취업을 하고 나면, 꼭 하고 싶었던 위시리스트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집에있는 몇 가지 낡은 가구를 교체하고, 이제 4살이 된 아이의 방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면, 시간이 없을 테니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지금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방을 아이 방으로 만들고, 안방에 옷장을 크게 짜 넣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막상 지르기 전까지도 고민을 했다. 말보다 행동이지. 그냥 지르자.

건축을 전공한 부부답게 온 집안을 실측하기 시작한 후, 3D 프로그램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 아이방 크기가 크지않고, 가구도 이케아 가구로 한정되어있어서 가구배치 디자인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손쓸 방법이 없었다. 이케아의 가구를 보고 있노라면,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곤 한다. 남을 위해서 멋진 공간을 디자인하지만, 정작 나를 위해서는 싸구려 이케아 가구로 어떻게든 용써보려는 모습이 스스로 안쓰러울 때가 있다. 누군가 이런말을 한 적있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자기는 라면만 먹으면서, 파스타를 연구하는 사람' 이라고... 흑흑...

이케아 없으면 어쩔 뻔 했어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있는 가구 중 우리가 새로 산 가구는 아이 침대밖에 없었다. 이전 세입자가 쓰고 있던 가구들도 오래된 싸구려 가구들이어서 서랍이 뽑히고, 어디가 부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마도 1년 더 쓰면 이 가구들은 가루가 될게 분명하다. 또 옷장 하나는 옮기다가 반이 쪼개졌다. 이걸 또 버리지 않고, 어디서 판데기 하나 가져와서 못질해가며 이어붙여서 썼었다. 이제 이런 가구들은 안녕이다.

새가구를 보자마자 넋이나간 와이프. "이 소파, 제가 살게요."

목숨을 걸고 이 사진을 올려본다. 아이가 유치원 가 있는 동안, 와이프와 가구들을 구매했다. 많이 구매했다. 돈이 많이 나갔다. 그리고 쿨하게 모두 배송을 시켰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아팠다. 한국에서도 한번에 이렇게 구매를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돈도 써본 놈이 잘 쓴다고, 난 써본 적이 없어서 막 손이 떨렸다.

드디어 도착했다

가구 조립은 설명서 보고 따라하면 되니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 한가지 문제는 이번주부터 2주동안 유치원 방학이라는 것이다. 즉, 저기 앉아있는 아들의 독촉, 짜증, 배고픔, 슬픔, 기쁨, 잔소리 등을 수시로 받아줘가며 일을 해야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정말 쉽지 않았다. 이제 반 했는데, 언제 일이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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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엄마건축가 2018.08.15 16:18 신고

    이럴수가! 도이치아재님 아내분도 건축 전공하셨군요. 저희도... ㅎㅎ 또 한번 반갑습니다 ㅎ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우리 집 짓고 살 수 있겠지... 하고있네요. 아이방이 완성되면 아이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그 때 랜선집들이 한번 해 주세요 ㅎ

    • BlogIcon 도이치아재 2018.08.16 04:47 신고

      네...와이프도 안타깝게...건축...전공했습니다... :) 하하. 집들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이케아 가구만 끼워넣은걸요... 마음에 들 정도로 아이방이 꾸며지면 그때 한번 해볼게요!

  2. 생각이 흘러넘친다 2018.10.10 08:56 신고

    건축가란 정의에 웃펐습니다.
    지금은 완정된 방에서 아들이 좋아하겠네요^^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