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단상]#26. Plan A, 그리고 Plan B (feat.테스트다프)

by 도이치아재 2018. 7. 13.

* Plan A : 대학원 입학 지원

7월 초, 슈투트가르트 대학원(Stuttgart Uni), 칼스루헤 공대 대학원(KIT) 에 지원을 마무리했다. 이 두 학교만 지원했던 이유가 있었다. 첫 째, 우니아시스트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즉 대학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둘째로 어학성적이 B1 이상 혹은 500 시간 이상의 독일어 수업을 들었다는 증명만 있으면 일단은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학성적에 관계없이 합격하면 대학원 등록을 하기 전까지만 어학성적을 충족하면 되니, 어떻게 보면 시간을 버는 셈이었다.

작년 2017년 7월부터 A1를 시작하고, 올해 5월 말에 테스트 다프를 봤으니 대략 10개월 조금 넘게 독일어를 배운 후 시험을 본 셈이다. 대학원을 먼저 지원하고 1주일 뒤, 드디어 6주 넘게 기다리던 테스트다프 성적이 떴다. 결과는 낙방. 나도 내 기대가 욕심이었다는 걸 잘 알고있다. 어떻게 1년도 안되는 기간, 외국어를 배워서... 석사과정을 무리없이 시작할 수 있는 실력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시기적으로 이번 겨울학기 말고, 다음 2019년 여름학기나 그 다음 2019/2020 겨울학기에 입학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나, 비자 기간을 짧게 받은 관계로 무리해서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듣기 시험을 보고 난 직후, 다음 시험을 봐야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음에도....그래도... 그래도... 내심 한방에 통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내 예상처럼 듣기에서 낙방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머지 영역인 읽기, 말하기, 쓰기에서는 모두 4점을 받았다는 건데... 소용없는 노릇이다. 이 놈의 듣기는 한결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머지 영역에서 4점을 받아봐야... 한 과목에서 낙방했으니 이 성적표는 195유로 짜리 아무런 의미없는 종이쪼가리가 됐다. 분명 모의고사를 칠 때, 듣기 성적은 계속 올라 안정적으로 4점대가 나왔었는데 아쉬운 결과였다. 뭐, 내 듣기 실력이 시험 난이도에 따라 휘청거리는 걸 보니 여전히 부족한거겠지.

어쨌든 대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테스트다프나 C1 호흐슐레 시험을 봐야할 판이다. 이번 7월 테스트다프 시험은 이미 볼 수 없고...(어학원에 시험 신청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 신청자체가 되질 않았다... 테스트다프 준비반을 들은 학생들에게는 테스트다프 시험 자리를 보장해주는데...) 다음 테스트다프 시험은 9월에나 있다. 결과는 10월 중순에나 받는다.


* Plan B : 회사 입사

Plan A가 빠그러져 가는 상황에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금 한 회사의 오퍼를 받은 상태이다. 이 Plan B는 사실 상상만 해봤지, 실제로 이뤄질 거라는 생각은... 글쎄... 안해봤었다. 일단 독일에서 학위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독일어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Plan B가 성사되면, 과감히 Plan A는 버릴 생각이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꼭 여기서 대학원을 나와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부딪혀보니 그런게 아니었다. 이 곳에서 공식적인 '건축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어찌 됐든 취업을 해서, 2년간 일을 하고 추가 교육을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건축은 실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학교보다는 실무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해외에서 유학을 한다면 반드시 실무를 오랜 기간 해보고 와야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유명한 학교의 학위를 가지고 있어도 1-2년 정도의 짧은 실무 기간으로는 그 나라의 건축을 배웠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나에겐 실무경력이 중요하다. 또 실제로 유학은 했지만 짧은 실무경력을 사람들과 같이 일해본 결과, 한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개선문으로 오는 여러가지 길들

어쨌든 나의 Plan B가 확정되어 가는 것 처럼, 한국에 있었을 땐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던 일들이 나와 내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수가 선택하는 길이 올바른 길처럼 보였는데, 한발 물러나서 바라보니 올바른 길이 너무나도 다양하다. 왜 이걸 지금 깨달았을까.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참 다행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