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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단상]#20.두발 자전거를 타기까지.

by 도이치아재 2018. 4. 6.

드디어 우리 아이 스스로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페달 굴리는 두발 자전거는 어제부터 타기 시작했는데, 연습한 지 이틀 만에 완전 마스터 했다. 그 전부터 밸런스 바이크를 타왔던 터라, 중심 잡기는 이미 터득한 상태였다. 아이가 겁이 많아서 두발을 땅에서 떼고 페달을 굴릴 수 있을 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잘 탈수가!! 정말 이제 다 키운 것 같은 기분이다. 두발 자전거를 타기까지 시간들을 짧게 뒤돌아 보면...

탈 수 있는 무언가를  처음 접한 날


페달 굴리는 무언가를 처음 접한 날

한국에서는 자전거를 타본 적은 없고, 씽씽카 정도만 타다가(겁이 많아 천천히 느린 속도로만 탔었다)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페달 없이 두 발로 밀면서 타는 밸런스 바이크를 탔다. 이 자전거는 한국에 있을 때, 동생이 선물해준 자전거인데 당시엔 너무 커서 탈 수가 없었다. 꾸역꾸역 독일로 가지고 와서 지난 7월부터 매일같이 탔던 것 같다.

매일매일 비오는 날 빼고, 하루도 빠짐없이...

제법 내리막 길도 빠르게 내려오고, 키도 많이 커서 밸런스 바이크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슬슬 두발 자전거를 사줄 때가 온 것 같았다. 자전거를 고를 땐 보통 아이 키를 기준으로 자전거 크기를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난 아무 생각 없이 키에 맞는 자전거 크기가 정리 된 표를 보고, 털컥 18인치 자전거를 (중고로) 샀다. 이 아이 키가 110cm로 만 3세 치고는 많이 큰 편이다. 만 5세 평균 키 정도라서, 딱 맞을 줄 알았다.(한국에서도 키는 늘 상위 1%였다. 깨알 아들 자랑!) 하지만, 막상 태워보니 다리 힘은 아직도 3살짜리... 자전거 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자전거 타는 게 쉽지 않아도 폼나게 브이 정도는 해줘야지.

보조 바퀴를 달아도, 발이 땅에 아주 간신히 닿는 정도라 겁이 많은 이 아이에겐 역시 무리였다. 힘도 부족해 페달 굴리기조차 쉽지 않아, 이 자전거보단 밸런스 바이크를 더 선호했다. 아빠의 착오로 몇 일간 다시 밸런스 바이크로 돌아왔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이번엔 내가 더 아이 자전거에 대해 공부한 후에, 좀 더 작은 16인치 자전거를 (중고로) 구매했다. 자주 가는 공원에 어린이용 MTB(산악용) 코스가 있어서, 자전거도 MTB(산악용) 자전거로 구매하였다.(반년 쯤 지난 후 MTB 코스를 멋지게 타고 있을 아들을 상상하면서...)

하루의 적응 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두발 자전거 성공!

하루 정도는 옆에서 조금 잡아줘야 했다. 몰래 살짝 살짝 놓아보니, 곧 잘 타곤 했는데... 그래도 겁이 많아 계속 잡아 달라고 했다. 두발 자전거를 탄 지 이틀 째 되는 오늘, 자전거가 익숙해 졌는지 혼자 출발도 하고, 꽤 속력도 내며 달렸다. 생각보다 빨리 두발 자전거를 타서, 정말 놀랐다.

벌써 이렇게 컸나 싶다. 아빠가 된 이후로 한 가지 로망이 있었다. 나는 늘 아들이 두발 자전거를 타는 순간 함께 있고 싶었다. 이 순간을 상상만 해왔었는데, 이렇게 그 순간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가족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그만... 감성 글은 집어치우고... 독일어 공부해야겠다. 휴.